사회복지서비스도 '명품' 될 수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도 '명품' 될 수 있다

[ NGO칼럼 ] NGO칼럼

김미경 관장
2014년 12월 16일(화) 15:52

혜인이 엄마는 시각장애인이다. 선천성 안구진탕(안구가 원하는 곳에 고정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흔들려 자신이 보고자 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시각장애)으로 어릴 적부터 시력이 나빴지만,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큰 어려움 없이 서울의 명문 음대를 졸업했고 유학도 다녀왔다. 그렇게 결혼 전까지 그녀는 장애인서비스를 받지 않았다. 동정받기 싫은 마음이 컸고, 무엇보다 복지관의 무료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그녀는 달라졌다. 부모님의 든든한 그늘에서 벗어나 한 아이의 엄마가 되자 애꿎은 자존심은 아이를 위해 버려야만 했다. 딸을 양육하기 위해 그녀는 매일 사설문화센터를 안 좋은 눈으로 찾아다녔다. 하지만 사회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녹록지 않았다. 시각장애를 가진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편견 없이 참여시켜주는 곳은 없었다. 오히려 주변의 시선과 편견 때문에 좌절감만 늘어갔다. 시력이 안 좋아 눈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못 찾고 헤매자 사람들은 그녀를 바보 취급했고, 그 피해를 아이가 받을까 봐 그녀는 늘 전전긍긍했다. 그러던 중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몇몇 시각장애 엄마들이 필자가 근무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맘(mom) 파워 프로젝트, 맘(마음) 편한 세상'이라는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해줬다.

'맘 파워 프로젝트, 맘 편한 세상'은 여성시각장애인의 자녀양육 역량 강화를 위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이다. 6개월간 오감만족 책 놀이 활동, 독서활동 도우미의 독서지도, 부모역할에 대한 전문가 교육, 가족 간의 유대감 강화를 위한 야외체험활동 등을 통해 장애부모와 자녀의 욕구를 다각도로 충족시켜주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전문 사서 2명, 전문 강사 6명, 독서 도우미 15명 등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복지관 프로그램은 그저 그럴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요즘은 장애인들의 눈높이가 달라졌다. 학력이 높은 분들도 많고, 중도에 실명하신 분들도 많아서 일반사회의 서비스 수준을 기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복지관들도 일반 기업처럼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사들은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자원을 동원하고, 개별화된 욕구에 부응하는 맞춤형 복지를 위해 고민한다. 이들은 '복지관 프로그램은 성의 없고 별로일 거라는 편견,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선입견'과 부단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몇 년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캐치프레이즈는 '모든 프로그램의 명품화'이다. 실매듭 하나에도 장인정신이 깃든 상품이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처럼, 우리 복지관의 모든 프로그램 역시 명품을 만들 듯 정성을 다해 기획하고 실행하겠다는 의미인 것.

복지 과잉 시대에 '복지'라는 단어가 오히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안타깝지만, 우리의 노력 역시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장애인복지관의 서비스가 단순히 무료이기 때문에, 혹은 더욱 저렴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이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이런 사회가 된다면 장애인들이 장애가 더 이상 삶의 한계가 아닌 축복의 통로임을 조금 더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 

김미경 관장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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