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과 부모형제

중증장애인과 부모형제

[ NGO칼럼 ] NGO칼럼

유수상 목사
2014년 11월 03일(월) 19:43

입주자들의 사연이 참 깊다. 눈물 없이는 못 듣는다. 한 분씩 입주하고 가족이 다녀갈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을 새롭게 한다. 빌라에 부모형제를 남겨두고 떠나며 눈물 훔치실 때는 차마 그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한다. 그렇게 애잔하고 슬펐던 발걸음이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기뻐지기를 바랬다. 월평빌라에 입주했다고 가족과 멀어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애틋해지기를 바란다. 가족의 마음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ㆍ개발, 유지, 개선ㆍ강화하기 위해서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하지 않는다. 입주자와 가족 간의 평범한 일상을 도우면 자연스럽게 회복되고, 개선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직원은 물론, 입주자가 자주 연락하시도록 돕는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오면 부모님께 알린다. 외출해서 예쁜 옷을 사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드린다. 부모님 목소리를 자주 듣도록 전화 부탁드리고, 가능하면 영상통화 하시도록 돕는다. 기관 소식지는 당연히 보내고, 연하장, 생일 카드, 편지, 엽서 등을 주고받도록 돕는다.

빌라 오시기 좋은 때에 가족을 초대한다. 송년회, 입주자 생일, 부모님 생신, 김장하는 날은 초대하기 참 좋은 구실이다. 가족이 오면 편히 지내도록 정성을 다해 대접한다. 식사를 대접하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내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하룻밤 묵어가시도록 청한다. 처음에는 당일 다녀가셨던 어머니께서 다음에 오실 때는 묵을 채비해서 오셨다. 혼자 왔던 동생은 다음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 그리고 여름에 1박 2일 가족 휴가를 가겠다고 했다.

또한 입주자의 지역사회 활동에 가족이 참여하도록 돕는다. 학교 운동회, 학원 발표회, 병원 진료, 쇼핑, 외식, 나들이는 가족과 함께하기 참 좋다. 학교 부모님 간담회에 꼭 참석해달라고 부모님께 통사정하는 직원을 보았다. 처음에는 귀찮아 해도 한번 참석하시면 그 뜻을 아시고, 다음에는 당연하게 여기신다.

입주자가 부모형제를 자주 찾아뵙도록 돕는다. 명절, 방학, 주말, 어버이날, 부모님 생신, 당사자 생일, 집안 행사, 마을 잔치, 절기는 고향 집에 가기 좋다. 이런 날 가면 가족도 이웃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교통이 불편하면 모셔다 드리고 모셔 온다. 대중교통으로 다녀오시도록 조금씩 돕는다. 한두 번 하다보면 혼자 다녀오기도 한다. 월평빌라에서는 1급 지적장애인도 혼자 버스타고 부모님 댁에 다녀온다. 가족도 방학하면 보내라, 명절에 데리러 가겠다고 먼저 말씀하신다. 자연스럽게 왕래한다.

처음에는 직원 수고를 덜려고 보내는 거 아니냐, 부모님 자꾸 오라가라 하는 거 아니냐며 오해하는 분도 있지만 지내다 보면 그 뜻을 아신다. 어느 부모께서 월평빌라는 오는 발걸음도 가는 발걸음도 참 편하다고 말씀하셨다. 다른 부모님은 휠체어 탄 딸과 처음으로 레스토랑에서 외식했다고 자랑하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과의 관계가 더 깊어지고 애틋해지기를 바란다. 사회복지시설에 입주한 장애인이라도 가족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고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수상 목사 /  이웃사랑 복지재단 대표ㆍ거창중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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