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장기기증자, 기억해 주세요!

뇌사장기기증자, 기억해 주세요!

[ NGO칼럼 ] NGO칼럼

김동엽 기획실장
2014년 10월 14일(화) 16:41

지난 9월 13일 제 18회 장기기증의 날을 기념하여 우리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올림픽공원에 뇌사장기기증자를 위한 '일일생명나눔공원'을 조성했었다. 사전 신청을 받아 41명의 뇌사장기기증자를 위한 공간을 꾸몄는데, 뇌사장기기증자를 추모하는 41그루의 나무에 예쁜 기념비를 세우고 나무마다 아름다운 리본장식을 매고, 꽃으로 두른 후 유가족들이 가져온 유품들을 놓고나니 정말 아름다운 추모의 장소가 되었다.

놀랍게도 초청된 유가족들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을 떠올리면서 한시도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다. 더 놀라운 것은 추모객들의 반응이었다. 사전에 생명나눔공원의 의의를 설명하고, 기념비를 찾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도록 교육하였는데, 많은 추모객들이 뭉클한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와 함께 참여했던 한 여중생은 흐느끼면서 "제가 유족의 손을 잡아드리고, 좋은 일 하셨고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더니 저에게 오히려 '이렇게 찾아와주고, 우리 자식을 기억해 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났어요…."

지난 해 필자는 뇌사장기기증자 유가족 모임(Donor Family)의 사회를 본 일이 있다. 각자 자신의 기증한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장기기증 때문에 어떤 분은 모진 부모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또 다른 분은 불효자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서럽게 말씀하셨다. 특히 유가족들에게 정부에서 장제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제공한 약간의 금전 보상이 있는 것을 친척들이 알고, 자식이나 부모를 팔았다며 손가락질 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이야기할 때는 그동안 유가족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유가족들의 사연들은 각각 다르지만 일관되게 요청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장기기증한 자신의 가족을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본부는 설립 초기부터 끝임없이 장기기증인을 위한 '아름다운공원(가칭)의 조성'을 정부에 주장해 오고 있다.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하도록 도와준 유가족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생명나눔정신을 기리는 추모객들이 찾아와서 그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는 장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특히 소액이라도 금전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장기기증자와 유가족들의 숭고한 마음을 훼손하는 일이니 오히려 그 예산을 사용하여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는 비용으로 사용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 비록 이번에 조성된 '생명나눔공원'은 일회성이었지만 41분의 유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과 수백명의 추모객들이 찾아와 감동받은 장면들을 목도하면서 또 한번 아름다운공원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감했다.

얼마전 어린 아들을 뇌사장기기증으로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 한분이 우리 본부로 보내온 편지 글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잊혀질 때, 그때가 그 사람이 진짜 죽음을 맞이하는 때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억되어 그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장기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유가족들에게는 위로와 감사를 주고, 국민 모두에게는 생명나눔의 숭고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깊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린다.

김동엽 기획실장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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