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다양성의 눈으로 보자

장애, 다양성의 눈으로 보자

[ 논단 ]

육근해 관장
2014년 09월 29일(월) 18:09

육근해 관장
한국점자도서관ㆍ왕십리중앙교회 권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다. '장애는 곧 무능력'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부끄러운 일로 여겼고, 학대하거나 내다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하지만 장애가 무능력은 아니다. 나아가 '장애인은 무능력자이자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해서도 안 된다.

필자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었는데, 아버지가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오직 먹으로 쓰인 글자를 읽는 일뿐이었다. 그러면서 26년 전 '장애인이 이제는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뜻을 세우시고, 세계에서 유일한 광명라이온스를 창립하셨다. 이 단체는 현재도 열심히 사회 봉사에 임하고 있다.

나는 '장애'란 환경이 만들어낸 어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빛이 있는 세상에서는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으로 인식해야 하지만 빛이 없는 장소에서는 오히려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되어 시각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독일 출장길에 지하철에서 독일어 안내방송을 알아듣지 못해서 낭패를 본 적이 있고, CNN 아나운서의 빠른 말보다 하단에 나오는 영어 자막이 훨씬 이해하기 쉬운 것도 다른 환경이 빚어낸 장애이다.

또한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공평하신 하나님이셔서 각기 사람마다 주신 달란트가 다르다. 누구는 컴퓨터를 잘하는가 하면 누구는 컴맹이고, 누구는 수학을 잘하는가 하면 누구는 수학이 낙제이다. 형제들조차 서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 장애인들은 한쪽 기능의 장애가 있지만 다른 신체기능은 평범한 사람을 초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청각, 촉각, 후각 등 다른 감각이 뛰어나다. 그들은 시장통의 시끄러운 잡음 속에서 각각의 소리를 구별해 내거나, 우리가 못 찾아내는 소리의 차이를 구별해낸다. 기계 없이도 음파를 통해 사람의 소리를 구별해 낸다. 기억력도 좋아서 한번 만나 대화를 나눈 사람은 몇 년 후에 다시 만나도 그 사람을 정확히 기억하고 알아본다. 청각장애인은 빠르게 지나가는 영상 속에서 서로 다른 것을 찾아내거나 본 것을 기억해내는 능력이 상상이상이다. 이런 능력이 모든 장애인에게 다 똑같지는 않다. 우리들도 서로 다른 능력의 차가 있듯이 그들도 능력의 차이는 있다. 분명한 사실은 신체기능 일부의 장애는 다른 기능의 능력을 배가한다는 것이다. 즉, 장애란 환경이 만든 어원이고, 하나님이 주신 각기 다른 특성이고 능력인 것이다.

70년대 해외유학을 간 유학생이 있었다. 그녀는 장애인들이 주로 묵는 기숙사 1층에 방을 배정받았는 데 처음엔 상당히 기분이 언짢았다고 했다. 그런데 영어문화권이 익숙하지 않은 본인이 수업에서나 생활에서나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으면서 순간 언어 장애인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옆방의 장애인을 보니 한국인 시각장애인 이었는데 그는 오히려 영어가 유창해서 막힘이 없었고 결국 그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갖고 있는 언어장벽을 이겨내게 됐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환경에 따라 장애를 만날 수 있고, 때로는 우리가 장애인으로 정의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꼭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도와주겠다고 하는 것이 그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을 지칭할 때도 그들을 배려한다고 장애우(障碍友)라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도움의 손길을 펼칠 때는 먼저 그분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고, 장애우가 아닌 장애인(障碍人)으로 지칭하는 게 맞는 말이다.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달란트를 주셔서 어우러져 살라 하셨다. 우주 안에는 서로 다른 언어, 서로 다른 문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이다. 바라기는 창조주를 믿는 우리 기독교인들이 먼저 나서서 이런 서로의 다양성을 끌어안아주고 이해해주는 사회로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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