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중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끝내게 한 목사

주일설교 중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끝내게 한 목사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충렬 목사
2014년 09월 23일(화) 14:09

김수진 목사의 저서 '초기 한국교회 100선'과 김종수 목사의 목양집 '다 나 때문이야'에 나오는 김영구 목사에 대한 일화이다.

1920년대 승동교회 6대 위임목사였던 그는 저명한 설교자이며 성자풍의 목사였다. 어느 해 주일 예배시간에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영구 목사는 언제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여 잘 준비되고 조직된 설교 원고를 가지고 강단에 올랐다. 그런데 설교를 시작했는데 전에 없이 더듬거리고 주저주저하더니 갑자기 설교를 중단하였다. 선임장로인 김일선 장로에게 "김 장로님, 오늘은 3장 찬송 부르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폐회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 말에 김 장로와 온 교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주기도문을 외우고 예배를 마치게 되었다. 11시 30분 정도에 예배가 마쳐진 것이다. 물론 교인들은 충격 가운데 여기저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런 중에도 교인들은 평소 담임목사를 신뢰하던 터였기에,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지'하고 목사의 인격에 대해 의심을 품지는 않았다.

교인들이 돌아간 후에 당회원들은 교회 구내에 있던 목사관으로 찾아가 사모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아십니까?" 물었다. 이에 사모님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오늘 오전 목사님이 예배 인도하러 나가실 때 제가 전에 없이 목사님의 말에 화가 나서 말대답을 했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잘못했지요." 사모님은 후회스런 눈빛이었다.

아마 그때 김영구 목사님은 전에 없이 말대답하는 사모님에 대해 마음이 상하고 동시에 화가 난 마음이 가득찬 가운데 강단에 오르게 되었던 것 같았다. 설교를 시작했는데 아내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도저히 설교를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성령님의 역사가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도저히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라고 설교를 계속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목사가 아내를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라고 기도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왜 기독교가 한국사회에서 '개독교'라는 비난을 받기까지 이르렀는가? 필자를 포함한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의 설교자들과 신행불일치(信行不一致)의 교인들의 삶 때문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기독교가 초기처럼 나라와 민족, 사회, 다음세대에게 귀감이 돼려면 다른 길은 전혀 없다. 초기시대의 많은 언행일치의 설교자들, 신행일치의 교인들의 삶을 날마다 본받아 살아가는 길 밖에 없음을 깨닫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이다. "너희는 내게 배우고 받고 듣고 본 바를 행하라 그리하면 평강의 하나님이 너희와 함께 계시리라"(빌 4:9)

김충렬 목사 / 영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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