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교사'

하나님 사랑의 메신저 '교사'

[ 기독교교육이야기 ] 기독교교육이야기<6>

장순애 교수
2014년 09월 15일(월) 17:47

1980년 가을. 2학기가 시작되자 우리 소년부는 연극부를 새로 재정비했다. 제법 많은 아이들이 모였다. 두 팀으로 나누어 한팀은 추수감사절연극을, 또 다른 팀은 성탄절 연극을 하기로 하고 각자 원하는 연극과 원하는 배역을 나누어 맡았다. 그런데 유독 외울 대사가 많았던 성탄절 연극의 주인공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때 한 여자아이가 자기가 그 주인공을 하겠다고 나섰다. 교사들이 깜짝 놀랐다. 그 아이는 6학년이면서도 아직 글을 떠듬떠듬 읽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 순간 어린이 찬양대원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쉰목소리 때문에 번번이 찬양대 시험에서 떨어졌던 나의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두살 아래의 남동생이 합격할 때까지 찬양대원이 되지 못했던 나는 남동생까지 찬양대에 들어가자 예배시간이 못견디게 싫어졌다. 찬양대 찬양이 듣기 싫은 것은 물론이고. 교회학교의 모든 순서가 다 심드렁해졌다.

그런데 어느날, 예정에 없던 오디션이 열렸고 드디어 내가 찬양대원으로 뽑혔을 때 반주자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축하해~ 하나님이 너에게 주신 선물. 합격!" 그렇다. 그날의 갑작스런 오디션은 기가 죽고. 교회생활에 흥미를 잃어가는 나를 위해 반주자 선생님께서 마련해주신 특별한 기회였다. 그후 나의 교회생활은 얼마나 즐거웠는지…. 글도 제대로 못읽는 6학년 여학생이 주인공을 하겠다고 나서는 그 순간, 그 선생님을 통해 내게 그 특별한 기회를 선물로 주셨던 하나님께서 이번에는 나를 통해 그 아이에게 특별한 기회를 선물하신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 아이와 함께 일주일에 서너번씩 따로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너무 더딘 진행에 조급증이 났다. 그러나 그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연습에 임했다. 문장 하나도 떠듬떠듬 겨우 읽던 아이가 두달 후 대본 전체를 유창하게 읽게 되고. 완벽하게 암기를 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성탄절 아침 설교 대신 공연된 그 연극 '넷째 왕의 전설'을 통해 그 아이는 우리 소년부 전체를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우리 소년부는 그때 똑똑히 보았다.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던 그 아이의 열연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을.

또 가을이다. 교회마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행사를 기획 중일 것이고. 교회마다 노래 잘하고 연극 잘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가을에는 '쉰목소리'지만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은 아이, 글을 떠듬떠듬 읽지만 성극의 주인공을 하고 싶은 아이들을 찾아보자. 세상은 그들에게 기회를 잘 주지 않으나, 하나님께서는 그런 아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신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교회학교 교사인 당신과 내가, 세상은 알아주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소중히 여기시는 그 작은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통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

장순애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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