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나 때문입니다

다 나 때문입니다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충렬 목사
2014년 08월 18일(월) 16:03

1998년에 천국에 가신 필자의 부친 목사님의 이야기다. 특히 2남4녀의 자녀 중 장남인 내게 관심과 기대가 크셨다. 어린 시절 내가 좋지 못한 일을 했을 때에는 종아리를 때리시고 같이 우시며 기도해 주셨다. 자신이 뒤늦게 목사가 되신 다음에는 장남인 내가 일찍 목사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런 기도의 결과, 나는 입대하여 훈련소에서 회심을 체험함과 동시에 부르심을 경험하였다. 부친 목사님께 그 사실을 말씀드렸을 때 기뻐하셨는데, 그렇게 기뻐하시는 것을 처음 뵙게 되었다.

그 이후 교역자의 길을 걸을 때 언제나 모친과 함께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해 주셨다. 그리고 목회의 어려움을 호소할 때는 다 들으시며 공감해주신 다음에, "김 목사, 그러나 참아야지요. 기도해야지요. 성령의 능력으로 되는 것이지요. 불쌍히 여겨야지요. '나 때문입니다' 해야 되겠지요. 다 주님께서 판단하실 것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지도해주셨다. 그런데 사실 부친 목사님의 그런 지도가 당시에는 너무 무기력한 것 같고, 구태의연한 것 같았으나 목회 연륜이 더할수록 '왕도가 없는 목회' 순례길에서 참으로 귀중한 '로드맵'이 되어 지고 있음을 느낀다.

"얘야 괜찮다. 다 나 때문이다"는 사실상 부친 목사님께서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으신 가장 중요한 신앙유산이다. 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 이전에 이미 부친 목사님은 "모든 것이 나 때문입니다"를 하나님 앞에서, 온 가족들, 온 교인들 앞에서 또 가는 곳마다 고백했고, 제창하여 지금도 그 영향은 소리없이 끼쳐지고 있다. 언젠가 재임 시에 교회 안에서 갈등과 불화가 심해지자 광고시간에 스스로 준비한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시며 "다 나 때문입니다"하시므로 문제가 해결된 일도 있었다.

사실 오늘날 우리 사회, 교계, 가정, 인간관계의 복잡한 미움과 싸움의 근원은 저마다 상대방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너 때문이야"하기 때문 아닌가? 따라서 해결의 근본도 다름아닌 저마다 먼저 자기 가슴을 치며 "다 나 때문입니다"를 고백하는데 있지 않은가? 그분은 책을 거의 안쓰신 분이다. 단 세 권만을 남기고 가셨는데, 책의 제목도 한결같다.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다", "내 탓이야", "내 죄 때문이야".

부친 목사님께서 나의 곁을 떠나 가신지도 16년이 지났다. 그러나 나의 가슴에는 그 분이 남기신 가장 소중한 정신적, 신앙적 유산이 간직되어 있다.

'모든 것이 다 나 때문이다' 외침이 혼탁한 나의 가슴 속은 물론 우리 교계와 사회에 오늘도 강렬하게 메아리쳐 들려오는 듯 하다. 따라서 부족하지만 부친이 걸으셨던 '다 나 때문입니다'의 길을 묵묵히 걷다가 훗날 천국에 들어가 아버님의 품에 덥석 안기고 싶다.

김충렬 목사 / 영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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