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나님'의 통역자인가?

나는 '하나님'의 통역자인가?

[ 기독교교육이야기 ] 장순애교수의 기독교교육이야기<1>

장순애 교수
2014년 07월 29일(화) 13:20

"재미있었어? 오늘 뭐 배웠니?" 유치부 문을 나서는 어린이에게 엄마가 묻는다. 영특한 아이가 괴상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먹~어, 먹~어, 먹~어", "도대체 뭘 배운거지? 만나? 예수님이 당한 시험?" 잠깐 고민하다가 엄마는 '교회니까 좌우지간 좋은 거 배웠겠지' 하면서 더 이상 파고들지 않는다.

거의 30년 전 어느 주일, 신대원을 다니던 나는 기독교교육 전공자로서 화려하게(?) 유치부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에덴동산의 선악과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주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자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재미있게 가르쳤다. 틀림없이 그랬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조차 깜박이지 않고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집중, 또 집중해서 열심히 내 설교를 들었다. '됐어~ 오늘 설교도 대성공이야.'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만하고 있을 때, 바로 위의 대화가 내 귀에 들렸다. 그 순간, 머릿 속이 하얘졌다.

도대체 내가 오늘 무슨 짓을 한 것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는데, 어찌하여 아이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 아니라, "먹~어, 먹~어, 먹~어"라고 유혹하는 뱀의 소리를 기억하고 있단 말인가? 혹시 그 아이가 믿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아이가 그 날 그런 '앎'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다. 교회학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전한 '나' 때문이다. 그 날, 충격 속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너는 누구냐? 너는 왜 교회학교 어린이들 앞에 서있는 거냐? 누가 너를 그들 앞에 세웠느냐? 너는 도대체 왜 그들 앞에 서 있느냐?"

하나님께서는 교회학교 교사인 우리들을 '통역자'로 부르시고, 세우셨다. 따라서 교사인 우리들은 최대한 학습자들의 필요와 흥미를 따라, 가능한한 유치부는 유치하게, 아동부는 아동틱하게, 청소년부는 청소년스러운 프로그램과 방법으로 무언가를 알아듣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 역시 있는 힘을 다해 그런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러나 이제, 교회학교 교사인 우리는 새롭게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그냥 통역자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통역자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아기들, 어린이들, 청소년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하나님의 생각을, 하나님의 사랑을,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전하시고 싶어서 우리들을 '하나님'의 통역자로 부르시고 세우신 것이다.

바람직한 통역, 효과적인 통역의 출발은 통역자가 자신을 통역자로 부르고 세운 원래의 발화자(發話者)의 마음과 생각, 뜻과 계획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이다. 아무리 새롭고 흥미있는 언어와 활동으로 전달되어도, 전달되는 것이 원발화자(原發話者)의 마음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이라면, 그 통역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직무유기(職務遺棄)이다. 그러니, 제발  교회학교 교사로 살면서 늘 언제나 항상 확인하도록 하자. "나는 지금 '하나님'을 제대로 통역하고 있는가?"
 
장순애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조교수, 기독교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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