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참는 것이지요"

"오래 참는 것이지요"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충렬 목사
2014년 07월 14일(월) 15:41

지금은 천국에 계신 대구제일교회 원로이셨고 증경총회장이셨던 고 이상근 목사님의 이야기다. 신약주해와 설교집 등을 통해 만나 존경하고 배우는 자세를 가지다가 하나님의 은혜로 잠시 동안 목사님 밑에서 부목사로 시무하는 것을 계기로 더욱 그 분의 귀한 인격과 만나는 복을 받게 되었다. 그때는 노회 분규가 극에 달하면서 목사님은 노회는 물론 총회 내에서도, 교회에서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계셨다. 터무니없는 오해와 비난 속에서 시달리고 계셨다. 그때 나는 막 안수 받은 햇병아리 목사로서 나름대로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젊은 혈기로 "목사님, 이렇게 하시죠, 저렇게 하시죠" 제안했다. 그러나 목사님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김 목사, 고맙지만 먼저 기도해야지" 하시면서 부드럽게 거부하셨다. 그러시고는 그저 새벽 제단에 무릎 꿇고 오랫동안 기도할 뿐이었다.

잠시 목사님 밑에 있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어느 교회 부목사로 부임했을 때이다. 목사님이 엽서를 한 장 보내셨는데,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너무 놀랍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그 분이 책을 출판할 때마다 친히 서명하여 보내주시는 많은 책 중에 '약주 신약주해 성경'의 앞부분에 그 엽서를 보물같이 붙여놓고 목사님의 진실한 신앙 인격을 닮고자 애쓰고 있다. 그 내용은 이런 것이다.

"김 목사님, 대구에 계실 때는 미안한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서울에서의 목회에 대성하시기 바랍니다. 춘부장 목사님께 문안 바랍니다. 이상근"

무엇이 미안하시다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그 분 나름대로는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 있으셨던 모양이다. 그 인격 앞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현재 시무하고 있는 교회에 위임목사가 되기 전에 대구로 목사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마지막으로 여쭈어 보았다. "목사님, 어떻게 하면 목회에 성공할 수 있습니까?" 그때 목사님은 환히 웃으시면서 "지금처럼 물어보는 자세로 나가면 되지요" 하셨다. 그러시더니 한참 생각에 잠기신 후에, 조용히 입을 여셨다. "오래 참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또 다시 생각에 잠기신다. 오랜 세월, 산전수전 다 겪으시며 어린 제자에게 주시는 목회 승리의 비결은 의외로 평범했다. 그래서 사실 얼마간은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부터 점점 연륜이 지나면서 그 교훈이 실감나게 되었다.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며 지나온 지 이제 26년이 되는 지금은 목사님의 그때 조용한 한 마디 말씀 '오래 참는 것이지요'가 점점 나의 귀에 크게 들려오고 있다. 목회자로서의 자세가 흐트러지려 할 때마다 나를 다시 붙들어 세워주는 나침반과 같은 말씀이 되고 있다.

김충렬 목사 / 영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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