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동영상 '다시 보기'

설교 동영상 '다시 보기'

[ 4인4색칼럼 ]

이의용 교수
2014년 06월 30일(월) 18:44

이의용 교수
국민대 교양대학

최근 교회의 설교나 강연 내용이 사회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도대체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가 왜 교회 밖에서 문제가 되는 걸까?

우리끼리 나눈 이야기를 사회에 여과 없이 내보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들은 설교나 강연, 혹은 예배 실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홈페이지 또는 기독교방송을 통해 사회에 그대로 공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회마다 방송 시스템 운영과 전문인력 확보에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처음에는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나 선교를 위해 시작됐지만, 이제는 교회와 목회자 홍보에 더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교회를 옮기는 사람들이 예배, 설교, 교회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한 '맛보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또 유명한 목사의 설교를 시청하려는 이들에게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내용이 교회 바깥 사람들에게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큰 교회가 주일설교 실황을 녹음해 기독교방송에 제공했다. 그대로 방송하기에 문제가 많다고 판단한 프로듀서는 내용의 상당 부분을 편집했고, 그로 인해 그 교회는 그 방송사 후원을 중단해버렸다.

메시지의 소구대상(target audience)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게 메시지를 고안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청중과 나눈 이야기를, 불특정 상황의 불특정한 청중과 나눌 경우 그 효과는 다를 수 있다. 월드컵 축구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할 때와 녹화해두었다가 볼 때가 다른 것처럼.

요즘처럼 시공을 초월해 검색이 가능한 시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 한 말(글)이라도 다 찾아내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설교나 강연내용을 그대로 녹화하여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교회 홈페이지는 소속 교인들만 이용할 수 있게 폐쇄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칫 교인들의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 교회 내에서 행한 설교 동영상이나 강연 내용을 과연 누가, 왜 시청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비신자가 대상이라면 그들에게 맞춰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로운 영상을 제작해 내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목회자가 설교, 회의, 세미나, 방송 등에서 무심코 한 말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교회가 사회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일이 많다. 공감하기 어려운 주관적 신앙관, 균형 잃은 역사 인식이나 정치적 견해, 그리고 실언과 막말이 그 대상이다. 특히 비윤리적인 목회자들의 뻔뻔스런 목회 활동, 그리고 일부 은퇴 목회자들의 권력을 향한 노욕은 부정적 기사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교회는 사회의 표적이 되고 있지만, 정작 교회는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흠집 낼까 노리는 이들에게는 목회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표적이 된다. 기자가 따로 없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회중 모두가 기자다. 그들이 촬영한 설교나 강연의 한 장면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빛의 속도로 전파돼 오해와 논쟁, 불신, 비판을 낳을 수도 있다.

설교는 그 자체가 '말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해설이다. 말씀 자체에 가까운 설교가 이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일이다. 성령님이 해설자의 경험과 주관을 인도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특히 그럴 때 큰 문제가 생긴다. 결국 교회의 정체성은 훼손되고 그로 인해 교회는 분열되고 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설교자나 강연자는 그 실황이 사회로 중계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 그 동영상을 다른 때, 다른 곳, 다른 분위기에서, 다른 사람이 다시 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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