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원 교육제도 이대론 안된다

신대원 교육제도 이대론 안된다

[ 기고 ] 특별기고

손영진 교수
2014년 06월 24일(화) 12:21

현재 우리나라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신대원) 제도는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입학하여 3년 과정을 마치면 목사고시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이 제도는 미국 신학교 시스템으로서 우리가 지금까지 이 학제를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고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수학기간과 학위 명칭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리 교단이 목회자 양성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신학대학원이라 칭하고 'Master of Divinity'라는 학위를 준다. 그러나 신대원 과정의 내용은 신학전반에 대한 기초과정 곧 학사과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학위명칭도 신학사(Bachelor of Divinity)가 더 타당할 것이다. 또한 수학기간이 3년 밖에 안 되는 것도 신학의 특수성과 광범위성 그리고 지식과 정보가 고도로 발달된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우월한 지성과 영성으로 지도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3년이라는 목회자 교육기간은 턱 없이 짧으므로 최소한 4년제로 바뀌어야 그나마 좀 더 나은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부는 평생해도 모자라는 것이지만 목회자가 되기 위한 3년이라는 수학연한은 사실상 개론만 겉핥기식으로 하다가 신학적 정리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신학을 영원히 '졸업'하게 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신대원 수업연한 3년의 성경적 근거는 바울이 주님을 만난 후 아라비아와 다메섹에서 3년간 머문 것에(갈1:17-18)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의 성경적 배경을 21세기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여서 신대원 과정을 단순히 3년으로 정하고 유지하기에는 현실상황은 많은 측면에서 너무도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서 재편해야 할 것이다.

수업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신대원 졸업은 간단히 말해서 단순히 교과부가 요구하는 수학연한과 학점만 이수하면 된다는데 또한 문제가 심각하다. 신학교를 선지학교라 부르는 이유는 교과부 기준요건을 넘어선 특징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학점이수는 지성함양이란 차원에서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선지학교는 여기에 머물러선 안되고 인성과 영성교육과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신대원 교육 목적이 주님의 교회 목회자 양성인 점을 감안한다면 인성과 영성개발은 어떤 면에서는 지성보다 더 핵심적이고 치명적인 구비요건이다. 목회자 양성은 무엇보다 바른 인성이 중요하며, 바른 인성 위에 지성 곧 균형 잡힌 신학교육을 쌓아야 하며, 이러한 인성과 지성 위에 영성을 쌓아야 한다.    

인성교육의 내용으로는 정직, 겸손, 예절, 인간관계, 인내, 긍정적 사고 등의 함양을 들 수 있을 것이며, 지성교육은 성경에 대한 철저한 숙지를 바탕으로 폭넓은 교양교육과 신앙을 근간으로 하는 균형 잡힌 신학교육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영성훈련은 기도와 노동과 명상을 요체로 하는 생생한 영적 체험과 깨달음 그리고 분명한 소명의식과 다양한 사명감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단 신대원 교육이 지역을 뛰어넘는 통합적 일원화를 이뤄야 한다.

우리 교단은 7개신학대학교가 지역에 산재해서 나름의 운영방식과 체계를 가지고 교육하는 것 자체가 여러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한 교단 안에 여러 학연과 지연이 또 다른 유무형의 '교파'생성에 따른 사분오열의 위험이 항상 잠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양성은 좋을 수 있으나 교단이 하나라는 정체성이 약화되고 출신이나 이해관계에 따라서 교회가 움직이게 되면, 더 나은 인물 선출이나 건설적 방향으로의 진정한 협력을 통한 교단역량집결이나 교단활동의 효율성이나 한 목소리를 내야 할 경우 등에 제대로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며, 대처한다 해도 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이러한 폐해를 원천적으로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신학교가 하나만 있으면 제일 좋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볼 때, 우선 교단 신학교수들의 순환근무제 확립과 학생들의 수업과 학점호환제 확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교수들의 처우도 동일한 규정에 준하면 수도권 신학교나 '더 나은' 신학교의 선망에 따른 여러 폐해가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교수의 순환근무와 학생교류 활성화는 학생들에겐 균등한 질적 교육의 기회와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 한 교단의 동문이라는 의식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지금처럼 교단 신학교가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자체노력에 의해 유지되는 한, 질적으로 동일한 신학교육은 어려울 것이며, 그 불이익은 고스란히 교단 산하 교회가 받게 될 것은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교단 신학교 통폐합 얘기가 공론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지학교가 더 이상 경제논리나 경영논리 때문에 최소한의 질적 교육마저 희생되어선 안된다. 선지학교 교육이 단순한 경영논리나 경제논리에 함몰되는 한, 자질이 부족하여도 입학시켜야 하고, 공부를 대충하여도 졸업시켜야 하며, 결국 함량미달의 목사가 양산되어 교단 산하 교회와 한국교회 전체에 재앙의 쓰나미로 되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학교경영과 관련해서도 전체 신대원 학생 수를 줄이고 학비는 교단이 책임지는 제도가 되어야 아무나 신학교에 추천하지 않게 되어서 자질이 더 나은 신학생 선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고, 학교도 함량미달 학생은 과감히 도태시키는 소신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올해 우리 교단 목사고시 응시자가 1593명이었고 해마다 절반 정도의 인원이 합격하는 것을 볼 때 올해도 800여 명이 합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 현장에서는 자질이 제대로 구비된 목회자를 찾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신학교 학제와 운영형식이 더 이상 이대로 안됨은 분명하다. 이미 늦은 감이 있다

손영진 목사 /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