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자와 함께 울라

우는자와 함께 울라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6월 23일(월) 14:30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60여 일이 지났다. 그러나 12명의 실종자는 아직도 차갑고 무서운 바닷 속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설상가상 이번주 후반부터 팽목항 인근 해역에 비가 내린다고 하니 구조작업은 더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한채 영영 이별하게 될까봐 가족들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면 울고 있다.

온 국민이 다함께 비통해 했던 그 큰 아픔도 이젠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뒤돌아보니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교회는 무엇을 했나 생각하게 된다.

일부 목회자들은 '가난한 집 애들이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 갔다가 변을 당했다' '추도식은 집구석에서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을 피운다' '국민이 미개하다는 말은 틀리지 않은 말'이라는 무개념 막말로 '목레기'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유가족을 위로하는 기도회에서는 내로라 하는 교회지도자들이 모여 "믿음대로 살지 못한 내 잘못"이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깜짝 방문과 이 사실이 놀라운 참석자들의 카메라 세례, 지방선거를 불과 3일 남겨둔 대통령의 "한번더 기회를 달라"는 읍소에 가려져 정작 세월호 희생자들의 상처는 위로가 됐을까 싶다.

최근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위원회'는 '한국교회희망봉사단'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 회복을 위해 2년간 돌봄과 위로 캠페인을 벌인다고 밝혔다. 정부에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요구키로 했다.

자의든 타의든 한국교회의 이미지가 사회 속에서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는 사실에 변명의 여지는 없다. 제발 이번만큼은 교회만이 끝까지 우는자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

지금 한국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울어주고 끝까지 싸워주는 진정성이다. 그래야 "잊혀질까 두렵다"는 애타는 절규가 유족들만의 상처로 끝나는 비극을 멈추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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