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 단상

투표일 단상

[ 기고 ] 독자투고

이도형 목사
2014년 06월 17일(화) 13:59

 
6ㆍ4 지방선거를 앞둔 며칠 전 투표일에 투표소 입구에서 커피와 차를 대접하며 전도티슈를 나누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투표일 당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주방에서 물을 끓여 보온통에 담고 전도용 티슈를 준비한 후 미리 사두었던 커피와 메밀차를 가지고 도촌초등학교 급식소에 마련된 투표소 입구를 찾아갔다.
 
청년과 함께 투표하러 오신 몇 분에게 커피를 나누어 주는 순간 투표소 현장 책임자이신듯한 분이 어디에서 나오셨느냐며 투표소에서 50m이내에서는 할 수 없노라며 철수를 요구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50m를 벗어난 장소에서 섬김봉사를 했는데 예상외로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좋았다.
 
처음 봉사를 시작할 당시 우리가 부임한 지 한달이 지났지만 동네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다니지를 못했었는데, 때 마침 선거일과 겹쳐지기에 투표하러 오시는 분들에게 교회의 이름으로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는 것이 관내에 있는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서 당연한 도리라 생각했다. 예정했던 봉사 시간은 오전 9시 30분까지였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은 관계로 30분 정도 더 할 계획으로 현장에 있었는데 교회 집사님으로부터 전화 한통이 걸려 왔다.

내용은 군 선거관리위원회에 아는 지인분이 전화를 주셨는데 교회가 봉사하는것에 대하여 일부의 후보 진영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노라며 빨리 철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의 주장에 의하면 교회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커피봉사를 하는것 아니냐며 의의를 제기했던 것 같다.
 
그 말을 들으며 순간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지역의 수장이 되겠다는 분들의 생각이 이렇게 편협하고 좁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물론 우리교회에 출석하는 분 가운데 이번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된 분이 있다면 그분들의 이의 제기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우리는 이번 선거와 전혀 무관한 차원에서 순수하게 지역민을 섬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할 당시 선관위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겠노라 했을때에도 기꺼이 응했었다.
 
투표소 입구에서 철수하여 교회로 돌아와 선관위로 문의를 해보았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교회가 투표소 입구에서 봉사하기를 원할 때 어떻게 해야 하며 합법과 위법의 기준은 있는지에 대해서 문의를 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은 직원의 대답은 지금껏 관내에서 그러한 전례가 없어서 말하기가 곤란하다는 듯한 답변을 했다. 그래서 다시 묻기를 그러면 다음 선거가 있을 때 교회에서 선관위에 정식으로 사전 문의를 한 후 봉사를 해도 되겠느냐 했더니 그 물음에 대한 답변 역시 애매모호했다. 원칙적인 답변만을 들은 후 전화를 끊으며 느꼈던 생각은 선관위 입장에서는 투표일에 어느 단체에서 봉사하는 행위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전에 예정된 집사님 가정을 심방하고 점심을 먹는 중에 함께 동참한 안수집사님의 전언을 들으며 비록 선관위에 호출되어 가는 일이 있더라도 이번일은 참 잘했다는 생각을 가졌다. 왜냐하면 안수집사님과 인근한 곳에서 농사를 짓는 한분이 투표를 마치고 오더니 살다보니 투표소에서 교회가 주는 커피도 마셔보았다며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쭐해진 우리 집사님은 "그 교회가 바로 내가 다니는 교회"라며 자랑했다고 한다.
 
집사님의 말을 들으며 '그래! 교우들에게 교회를 자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를 나타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 하루였다. 
 
이도형 목사/도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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