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과 현미경의 용도

망원경과 현미경의 용도

[ 4인4색칼럼 ]

김기태 교수
2014년 06월 17일(화) 11:22

김기태 교수
호남대ㆍ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

우리는 모두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창을 가지고 있다. 어떤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세상을 만난다. 맑고 투명한 창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이지만 먼지가 낀 흐릿한 창문으로 세상을 보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다른 세상이 보인다. 때로는 색깔이 칠해진 창문도 있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빨갛다. 빨간색 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보면 빨갱이로 보이기도 한다. 본래 그 사람은 빨갛지도 파랗지도 않은데 어떤 안경을 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셈이다.

현미경은 가까이 있는 사물을 확대해서 보고 싶을 때 사용해야 하는 안경이다. 망원경은 그 반대의 경우에 필요하다. 멀리 있는 물체나 사물을 가까이 당겨 또렷이 보고 싶을 때 사용해야 한다. 망원경, 현미경과 같이 서로 다른 용도의 안경을 바로 사용해야 보고자 하는 사물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다.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망원경이나 현미경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게다가 아예 망원경과 현미경을 서로 바꾸어 착용하고 사물이나 물체를 바라보면 안경 없이 맨 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분별하기가 힘들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창도 마찬가지다. 보다 정확한 세상 읽기를 위해서는 보고자 하는 세상이나 사건 또는 대상의 종류나 성격에 따라 거기에 알맞은 시각과 시선이 필요하다.

보다 섬세하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문제는 현미경과 같은 촘촘하고 정밀한 인식의 틀을 가지고 다가가야 한다. 작은 몸짓이나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자세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는 반드시 현미경이 필요하다.

반대로 멀리 넓게 바라보아야 할 사안이나 사건은 망원경이 필요하다. 눈앞에 가까이 있는 깨알 같은 사실들만으로는 제대로 문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망원경이 필요하다. 멀리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경우에는 꼭 망원경이 동원되어야 한다.

우리는 간혹 망원경과 현미경을 바꾸어 사용하는 우를 범한다. 그리고는 세상이 비뚤어졌다거나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강변한다. 자신이 지니고 있어야 할 인식의 틀은 바르지 못하면서도 오히려 세상과 사람과 같은 관찰 대상이 틀렸다고 우긴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세상 읽기에 필요한 인식의 창을 소유해야 한다. 평소 망원경과 현미경을 가지고 있다가 필요할 따마다 적절하게 이를 사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곧 훈련이 필요하다. 멀리, 넓게 보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보이는 숲을 보기 위해서는 인식의 폭과 넓이를 확장하는 망원경을 준비해야 한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물론 현미경이 필요하다.

교회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편협되었다거나 외곬수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세상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과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상과 동떨어진 섬처럼 고립을 고집하면 오히려 타락하기 쉽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세상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을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라고 명령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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