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대상이 기준이다

사랑은 대상이 기준이다

[ 예화사전 ] 예화사전

김형준 목사
2014년 06월 09일(월) 16:03

서울역 앞에서 도시빈민을 섬기며 쪽방촌 사역을 하는 김범석 목사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가 나사로의집교회를 세우고 사역할 때 교인은 가족을 제외하고 단 두 명이었다. 김 목사는 여기서 만난 노숙자 구상봉 씨가 자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주었던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다.

구 씨는 졸면서도 교회는 늘 출석했다. 어느날 그가 눈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심각한 영양실조로 실명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먹을 것을 해주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 그를 위해 긴급할 때 쓰라고 전화기를 한 대 사다가 설치해 드렸다. 당시 김 목사는 가족이 진 빚을 갚기 위해 밤에는 과일 도매 장사를, 낮에는 노숙인을 섬기는 나사로의집을 운영하고 주일에는 교회를 섬기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흘러가면서 교인은 많아져서 100여 명이 되었고, 장사도 잘 되어서 너무나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어느날 구상봉 씨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우선 급한 일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전화가 없고 또 주일도 나오지 않아서 찾아보지 못한 미안한 마음으로 집을 방문했다. 자고 있는 구 씨를 깨우려고 하는데 이미 오래 전에 죽어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맡 전화기 앞에는 자기가 적어준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알지못할 서러움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에게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땅에 가난하고 포로되고 지친 하나님의 백성을 돌아봐달라는 하나님의 부탁이었다. 이것이 김범석 목사로 하여금 이 사역이 힘들고 어렵지만 계속 할 수 있었던 동기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김 목사는 자신이 정말 가치 있게 여긴 것이 무엇인지 깊이 돌아보며 회개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되신 주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의 이야기는 양(量)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이다. 사랑은 자기 상황과 자기 입장이 포함된 자기 기준이 아니라, 자기가 섬기는 상대방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죄인되었을 때에도, 연약할 때에도, 하나님과 원수되었을 때에도 우리를 사랑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자기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게 함으로 우리를 구원해주셨다. 주님이 그토록 사랑했던 대상은 바로 가치없고 죄인된 우리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좋은 것, 귀한 것, 많은 것, 비싼 것, 유명한 것, 높은 것, 화려한 것, 필요한 것, 급한 것을 따라가면서 정작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본질성을 잃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 목자 없는 양같이 불쌍히 여기심이 없었다면 우리 모두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 우리의 초점은 여전히 다른 것에 있지 않은가.

김형준 목사 / 동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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