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의 목소리도 반드시 듣는 지도자

한명의 목소리도 반드시 듣는 지도자

[ 4인4색칼럼 ]

이창연
2014년 06월 03일(화) 13:19

이창연 장로
소망교회ㆍ총회 회계

"군주는 아첨꾼에 둘러싸여서는 안 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강조한 말이다. 리더가 아첨꾼에 둘러싸이는 책임의 80%정도는 본인에게 있다. 군주가 화를 버럭 내는 순간, 모두 '아첨 모드'가 되는 것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불변의 진리다. 그래서 리더는 무엇보다 잘 질문하고 잘 경청해야한다. 상사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사람만 모여서 아무리 궁리해도 무익하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만 세상을 보고 판단한다. 독일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주장한 '관점주의(perspectivism)'가 그렇다. 리더는 자신의 지지자와 반대자를 모두 안고 가야 한다. 진짜 리더다운 리더라면 상대방과의 몰이해, 반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먼저 끊어야한다. 자신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재단하는 상대주의적 한계를 뛰어넘는 오랜 천성을 버려야 한다.

"마음의 문은 안에서만 밖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는 헤겔의 말은 리더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아흔 아홉 명의 찬성과 한 명의 반대가 있을 때, 한 명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라"고 한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드 밀은 '자유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만약 한명의 의견이 진리로 판명나면, 우리는 진리를 들을 기회를 영원히 놓치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반대로 오류로 판명나면, 우리 의견이 옳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좋은 기회를 갖는 것이다. 회의 결과가 만장일치로 확인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밀은 말했다. 다른 식으로 생각할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보트 안에서 한편으로 몰려 있는 것과 같은 아찔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신념을 가진 것은 팀워크 측면에서는 매우 긴요하지만 의견이 도출되는 과정만큼은 자유롭고 다양해야 한다. "재난이 일어나고 모든 희망이 사라졌을 때 무릎을 꿇고 리더십의 상징인 어니스트 새클턴(Ernest Shackleton)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고 에베레스트를 처음 정복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말했다. 1909년 영국과 캐나다에서 두 개 팀의 남극탐험대가 탐험 길에 올랐다. 항해 중 두 팀 모두 갑자기 얼어버린 바다에서 배가 꼼짝 못하게 됐을 때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인 남극의 살인적인 추위, 식량과 연료는 떨어져가고 교신도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두 팀의 운명이 갈리었다. 칼럭호에 타고 있던 캐나다 탐험대는 수개월 만에 11명이 죽는 비극을 당했다. 그들은 조난이 길어지자 자기들끼리 식량과 연료를 놓고 싸우고 도둑질하는 일상을 되풀이하며 서로를 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반면 새클턴이 이끄는 인듀어런스호의 영국탐험대는 무려 637일이라는 조난기간에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승무원 27명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두 탐험대의 운명이 엇갈린 것은 바로 리더십 문제였다. 인듀어런스호에는 탁월한 리더 어니스트 새클턴이 있었다. 그는 솔선수범으로 대원을 이끌었다. 조난 즉시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포기했고 짐을 줄여야할 때는 가장 먼저 소중한 자기 소지품을 버렸다. 구명용 보트 하나에 몸을 싣고 갈 때에도, 1300km뒤에 쳐진 대원들을 구출하러 갈 때도 그는 맨 앞으로 나갔다. 또 낙천성을 잃지 않았다. 단합을 강조하고 싶었던 새클턴은 메시지를, 말이 아닌 '상징적 행동'으로 전달했다. 어느 날 밤, 새클턴은 팀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고 "우리는 한 배를 탄 동지입니다", 그리고 손에 든 면도칼로 자기머리를 삭발했다. 팀 전원은 그 자리에서 함께 삭발에 동참했다. 이 일을 통해 팀워크를 다진 일행은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함께 쓰게 됐다. 영적 지도자인 목사는 새클턴의 리더십을 배워야한다. 세월호 선장이 했던 짓은 반면교사다. 당회원은 목사를 잘 모셔야 한다. 목사 한 분도 포용 못하는 당회원이 어찌 양들의 관계를 살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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