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이기네, 감사가 이기네!

믿음이 이기네, 감사가 이기네!

[ 기고 ] 독자투고/세월호 참사를 당한 유족들에게 드리는 글

유희열 목사
2014년 05월 27일(화) 15:54

 
저는 73세의 경호교회 은퇴 목사입니다. 주유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건강을 주시고 일터를 주신 하나님의 은혜이지요!
 
2009년 9월에 제 둘째 아들이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 아들은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2012년 3월 16일 교구 가정의 개업 감사예배를 인도하며 설교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43세에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체온이 식어가는 아들의 가슴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아들의 영혼을 받아 주세요. 자비와 긍휼을 베풀어 주세요. 하늘나라에서 급하게 쓰시려고 아들을 이렇게 급하게 데려가셨나요? 제 죄가 너무 커서 저를 징벌하시려고 아들을 데려가셨나요? 저는 하나님 아버지의 뜻은 헤아려 알 수 없지만 저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그렇지만 아들에 대하여 짠하고 아프고 아깝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도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주세요. 먼저 데려가신 아들과 함께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때 저와 아들과의 지난날의 영상을 보여주셨습니다. 좋았던 영상이었습니다. 순간 "하나님 아버지 이 지난날들이 모두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였지요! 감사합니다. 이 절박함도 하나님아버지가 주신 최상의 은혜임을 믿습니다"고 기도했습니다.
 
자부는 11세인 제 손자와 3세인 제 손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5월 8일 어버이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찾아뵙고 꽃을 달아드리고 좋아하시는 식사도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통장에 돈을 조금 송금했어요. 어머님과 함께 저녁식사 맛있게 잡수세요."
 
저는 목이 메었습니다. "미야야 네 형편을 아는데 전화해주는 것만으로 비할 데 없는 고마움이고 흐뭇함인데 돈까지 보냈느냐?" 자부는 어린이 집에서 보조 교사로 어린이들을 돌보면서 받는 몇 십 만원으로 생활합니다. 이런 자부에게 그 돈은 큰돈이지요. 조금 지나자 제 형편을 아시는 아들이 시무하던 교회의 권사님이 찾아오셨습니다. 가슴에 꽃을 달아주시고 금일봉을 주시면서 "사모님과 저녁식사 즐겁게 하세요." 제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이렇게 범람하는 강물처럼 흘러넘칩니다.
 
부모는 죽으면 청산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지요. 그런데 저는 28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님을 가슴에 묻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34세에 청상과부가 되시어 6남매를 홀로 키우셨습니다. 어머님은 이 무거운 짐을 주님의 십자가 밑에 풀어놓으시고 감사하며 사셨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 밤 10시 경이었습니다. 어머님은 내 마음이 참 기쁘다. 하나님께 감사 예배를 드리자 하셨습니다. 예배를 드린 후 밤 11시경에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 부모의 마음을 압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과 함께 울어주고 싶습니다. 비통을 넘어선 아픔 그리움 아쉬움 미안함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무엇으로도 아들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자살하려는 극단적인 마음도. 그러나 이겨야 합니다. 힘을 내야 합니다. 살 소망을 더욱 든든히 해야 합니다. 힘 있게 살아야 합니다. 저는 이겼습니다. 저는 힘을 냈습니다. 지금 주유원으로 일하는 보람을 느끼며 힘 있게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긴 것이 아닙니다. 내가 힘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을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입니다. 저는 357장 찬송 후렴을 이렇게 부릅니다. "믿음이 이기네 믿음이 이기네 주 예수 주신 믿음이 온 세상 이기네 감사가 이기네 감사가 이기네 주 예수 주신 감사가 온 세상 이기네"
 
아들은 기타를 치며 찬양했습니다. 이제 아들은 하나님께 하늘 악기로 연주하며 찬송할 것입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인 할머니와 함께 영생의 복을 누릴 것입니다. 저는 몇 년 후에 하나님께 돌아가 아들과 어머님을 큰 기쁨으로 만날 것입니다. 이 은혜를 예비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구원과 천국이 실감이 납니다.
 
하나님 아버지, 세월호 참사로 비통해 하는 유족들에게도 제게 주신 은혜를 주세요. 믿음과 감사를 주세요. 자녀가 생각 날 때마다 좋았던 영상만 주세요. 

유희열 목사 / 여수노회 경호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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