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6400초의 선물

8만6400초의 선물

[ 4인4색칼럼 ]

이의용 교수
2014년 05월 27일(화) 09:45

내 나이를 3으로 나눠보자. 50세라면 16시, 즉 오후 4시로 인생의 저녁이 다가오는 시각이다. 인간의 유통기한(활동시간)을 70세로 본 계산법인데 실감이 난다.

'시간은 금(돈)이다(Time is gold)'라는 금언이 있다. 시간은 금 같아서 가치가 크고, 삶에 필수적이다. 시간과 금은 많을수록 좋지만,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데 잘 사용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렇지만 시간이 금(돈)과 다른 점도 많다. 인생은 넓은 옥수수 밭 한 가운데에 길을 만들어 놓고 말을 타고 달려가면서 가장 큰 옥수수를 따는 경기와 같다. 빨리 달려야 하고, 하나밖에 고를 수 없고, 지나 온 길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순간 가장 크다고 생각되면 그 옥수수를 따야만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시간에는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없다. 시간은 저장이 안 된다.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니 시간을 돈처럼 쓰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시간으로 돈을 얻을 수는 있지만, 돈으로 시간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그걸 실감했다.

인생의 주재료는 시간이다. 고층 건물에서 콘크리트를 빼면 그대로 주저앉듯, 우리 인생에서 '시간'을 빼면 죽음의 상태가 된다. 영원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8만6400초라는 유통기한이 있는 선물을 주셨다. 그 사용은 우리에게 맡겨졌지만 돈이든 시간이든 닥치는 대로 써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잘 사용할 것인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하루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10시간도 되고 30시간도 된다.

다음의 시간 사용법 네 가지를 기억해두면 유익하다.

첫째, 일에 순서를 매겨보자. 할 일이 많다고 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정해야 하루의 가치가 커진다. 매일매일 성실하게 사는데도 삶의 질이 그대로인 사람은 아무 음식이나 닥치는 대로 먹는 사람과 같다. 물론 급한 일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급한 일이 많아질수록 내가 주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든다. 왜 급한 일이 자주 생기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리미리 해두지 않으면 빨리빨리 해야 하는 날이 온다.

둘째, 시간의 절박함을 회복하자. 카지노에는 창문, 거울, 그리고 시계가 없다. 백화점에도 창문이 없다. 왜 그렇겠는가? 물속에 들어가 1분만 되면 숨이 절박해 견딜 수가 없어진다. 그런 절박함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 물건을 살 때 값을 따지듯, 어떤 일을 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따지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셋째, 가장 좋은 때를 찾자. '이 일을 하는 데 얼마가 걸리는가?'에 못지않게 '이 일을 언제 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는 생각도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그 일을 하는 데 가장 적합한 때가 있다. 피크타임에 중요한 일을 해야 효과적이다. 지각하기, 미루기, 중도 포기하기는 '때'를 놓치는 나쁜 습관이다.

넷째, 여유를 만들자. 너무 바쁜 삶에는 평화가 없다. 현대인에게는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병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스트레스와 긴장, 또는 순간적인 환희에 도취되어 긴급성을 더 갈구하게 된다. 삶이 지나치게 바쁘다면 이미 이 병이 깊어진 것이다. 그럴수록 다른 사람과 일을 나누거나 포기해야 한다. 시간의 여유를 갉아먹는 무서운 벌레가 '약속'이다. 시간 약속을 가장 잘 지키는 방법은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며, 거절은 여유를 지켜주는 자물쇠다.

"오늘이야말로 당신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이라고도 한다." 코카콜라 회장의 말이다. 오늘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8만6400초를 멋지게 사용해보자.

이의용 교수 / 국민대 교양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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