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침몰

[ 기고 ] 독자시

이철건 집사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05월 16일(금) 17:30

침몰


흐린 날의 저녁 부두에
흉조의 게들이 기어 다녔다

이단의 선박이
가난한 도시의 아이들과 화물들을
넘치도록 싣고

‘세상을 초월한다’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죽음의 바다를 향해 떠났다

출렁이는 밤 아이들은
뒤쳐진 경주마와 함께 쓰러지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하늘은
기울어지는 탐욕의 배를 바로잡지 않았다
뒤집어지는 탐욕의 배를 붙잡지 않았다

어른들은 비겁했고
아이들은 물속의 십자가에 못박혔다

슬픔의 수레바퀴가 굴러간 궤적을
통곡의 행렬이 지나가고

노란 리본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이 모든 것은 악한 시절에 내리는
하늘의 경고였다

이철건 / 제4회 기독신춘문예 당선/시문학 등단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