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세례자의 입교 전 성찬

유아세례자의 입교 전 성찬

[ 논단 ]

김명실 교수
2014년 05월 13일(화) 11:54

'유아세례자들이 입교를 하기 전에도 성찬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본 교단 안에서도 적지 않게 들려오며,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는 교회도 있다. 이것은 세계 정교회와 로마 카톨릭은 물론 세계 성공회와 장로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들 속에서 유아성찬의 전통이 회복되어 널리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본교단 헌법은 유아성찬을 성인세례와 입교자에게만 허락하고 있어 세계교회의 변화의 추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본교단은 하루 속히 이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여 유아성찬에 대한 미래적 대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실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유아성찬을 실행해왔다. 정교회는 그 전통을 오늘날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유아성찬에 대한 고대문헌들의 증언이 많이 있는데, 한 교부는 "생명의 양식인 성찬은 건강한 사람보다는 유아들처럼 연약한 자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거스틴 역시 유아가 세례를 받았다면 어른과 차별 없이 모든 권리가 주어져야한다고 주장하며 그 시대에 이미 유아들이 떡과 포도주를 모두 받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이처럼 활발했던 유아성찬의 전통은 로마 가톨릭의 교권주의와 화체설에 근거하여 13세기에 이르러서는 법적으로까지 금지당하며 불변하는 진리처럼 간주되었다. 유아들이 성찬에 참여할 때 주님의 몸과 피인 빵과 포도주를 흘리는 것이 용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 부모들을 설득하기 위해 '분별할 수 있는 나이'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견진'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20세기 접어들면서 로마가톨릭교회는 유아성찬의 전통을 회복하면서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다만 견진은 공적인 신앙고백의 기회로만 남겨두었던 것이다. 제2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하며 세례는 교리문답과 물세례, 그리고 성찬까지의 전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최종적인 신학적 결론을 내렸고, 그리하여 유아세례자의 성찬참여는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개혁전통인 본 교단은 종교개혁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세례로서 세례는 완성된다고 주장했던 루터도 견진은 교육의 기회로 남겨두었으며 교육이 끝난 후에 입교자들이 성찬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사실상 중세의 입장을 고수한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무조건적인 하나님의 선재은총으로 유아들의 세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던 칼빈도 유아성찬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이 중세의 전통을 따랐다. 아마도 개혁자들에게는 유아성찬 문제가 개혁의 급선무 과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 2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세계 개신교회들 특히 북미의 장로교, 루터교, 성공회, 감리교 등에서도 유아성찬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도 이를 적극 권장하면서 연구비를 지원해 유아성찬의 빠른 보급이 신학적 연구에 기초하여 이뤄질 수 있도록 일조했다. 미국 장로교회나 스코트랜드 장로교회에서의 변화는 더욱 적극적이다. 예배 지침서들을 통해 유아세례와 동일한 원칙인 하나님의 선재은총과 부모의 책임적 양육에 기초하여 유아세례자에게 성찬참여의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본교단도 이러한 세계교회들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지역교회들에게 유아성찬에 대한 신학과 실천에 있어서 적절한 지침을 마련해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유아성찬이 예배회복과 다음세대 양육의 과제 앞에 서있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해주고 긍정적 결과들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식탁에서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구속사건을 가르쳤고, 예수님 역시 식탁에서 그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기독교 신앙의 어린이들도 주님의 식탁 앞으로 나와 주님의 진리의 말씀을 함께 맛보고 체험할 수 있을 때에 보다 온전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신앙의 전수가 일어날 것이다.

종교개혁 당시에 유아세례를 반대했던 재세례파들은 개혁주의자들이 유아세례에 대해서는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재은총을 말하면서도 유아성찬에 대해서는 인간의 분별력을 요구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개혁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권주의와 화체설의 잔재인 유아성찬 금지는 이제 한국 개신교의 시급한 개혁 과제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김명실
장신대 초빙교수ㆍ예배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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