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통합 위한 공간 필요하다

재통합 위한 공간 필요하다

[ NGO칼럼 ] NGO칼럼

정진 목사
2014년 05월 12일(월) 17:55

지난해 말 경기도 모 대안학교의 교사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으로 정직 3개월 처분을 징계로 받았다. 징계 받은 교사는 다른 후배학생을 폭행하고 반성하지 않는 불량한(?) 학생을 훈계하다가 자기 분노를 제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잘못된 폭력을 저지른 학생이 반성하기는커녕 욕을 해대고 분을 발하는 모습에 순간 격분을 참지 못했던 것이다. 학년을 걸쳐 일어난 데다 몇 명의 교사들이 연관된 일이고 사건의 맥락이 있었음에도 사건은 어느 무지막지한 교사가 한 학생을 폭행한 부정적 지점만이 부각되었고 지금껏 그래왔듯 모든 책임의 멍에는 그 한 교사의 몫이 되었다. 

순간적인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학생을 때린 교사는 그 사건 이후 학생의 부모에게 자진해서 사직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뒤이어 사법적 고발 조치까지 뒤따랐다. 학교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와 함께 심리치료와 회복을 위한 책임 있는 과정을 밟도록 요구했다. 사직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징계 후 직접적으로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 가라는 학교 운영위원회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였다.

3개월 후, 그 교사가 다시 복직하는 시점에 학교에서 교사를 위한 회복적생활교육 워크숍이 열렸다. 교사 그룹의 요청도 있고 해서 징계 이후 복직하는 교사와 교사 그룹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징계 후 재통합을 위한 서클을 진행하게 됐다. 서클은 인류가 오랫동안 선택해 온 의사결정과 문제해결 방식으로 원형 형태로 둘러앉아 진행자의 인도에 따라 각자의 필요와 욕구를 수평적 구조에서 말하고 공동의 지혜를 모으며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평화를 위한 대화 모임이다. 사건 이후 겪어왔던 삶의 과정을 함께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참가한 교사들의 생각과 복직하는 동료교사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들, 우려들도 쏟아져 나왔다. 교사 개인 간의 갈등에서부터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그간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긴장감을 배경 삼아 분출되었다.

많은 동료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은 복직 교사는 자기 직면에 관해 세세한 돌아봄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약속했고, 일어난 사건의 회복과 관계 형성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대처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저는 교사들을 기본적으로 신뢰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면 이 어려움들을 통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교사들 모두가 그 교사의 약속과 요청을 듣고는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 정기적인 만남과 역할 확인을 하기로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함께 기울이기로 약속했다. 교사 그룹이 서로 간의 연결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저는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평화로운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이제 내 앞에 환한 빛이 비치는 것 같습니다." 서클 모임 이후 그 교사가 남긴 소감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을 트라우마로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유가족들과 생존자들이 진실과 정의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사회 공동체에 재통합할 수 있도록 층위적 간격을 좁혀 가는 일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지속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준비되고 열려지기만 한다면 이번 위기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성숙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시선을 돌려 그 재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열어갔으면 좋겠다. 

정진 목사 / 회복적정의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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