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상식'을 회복하라

먼저 '상식'을 회복하라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곽군용 목사
2014년 05월 12일(월) 17:34

여러 교회에서 각 교회를 섬기는 항존직 직분자들의 연합 모임에 참석하여 말씀을 나눈 적이 있었다. 첫째 날, 성경 강해와 통성기도를 통해 많은 은혜를 받았다. 상당수의 안수집사, 권사, 장로님들이 밤늦게까지 교회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고 찬양하며, 성령충만한 아름다운 밤을 보냈다. 그 다음 날 새벽 예배를 마치고 우리는 인근 산으로 등반했다.

산 중턱쯤 오니, 일행이 아닌 다른 일반인들도 많이 섞여지게 되었고, 우리들은 등산객들 속에서 구분 없이 삼삼오오 산에 올라갔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하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성도의 교제들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런데 그들 속에서 가래침 뱉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등산객들이 우리 일행을 흘끔흘끔 쳐다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시원한 산 정상 꼭대기에서 저마다 외쳤다. "야호~", "할렐루야~" "주여~!" 산을 정복했다는 기쁨이 온 몸과 마음을 휘감았다.

그런데, 우리 일행들 속에서, 등산하는 동안 들고 마셨던 빈 생수병들, 땀을 닦은 휴지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산에 버렸다. 금세 산 정상 이곳저곳은 휴지와 물병들이 널려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등의 호칭은 계속되었다. 등산객들의 찌푸린 눈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또 화끈거렸다.

새벽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나는 날마다 새벽 4시 반쯤 차를 몰고 집에서 나온다. 그 시간 어두컴컴한 새벽의 도시를 가르는 차들은 택시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시내에 있는 교회들의 새벽예배 운행차량들이다. 그 차량들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이 도시에 주님을 믿는 많은 성도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깨어서 기도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호등의 빨간 불도 무시한 채 달리는 차량들이 종종 눈에 띈다. 대부분은 교회 이름이 선명하게 쓰여 있는 차량들이다. 몇 해 전 실제로 새벽예배 차량 한 대가 신호등을 무시한 채 달리다 대형사고가 일어나 한 사람이 죽고 다수의 중상자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청에서는 이 사건 이후 모든 교회에 공문을 보냈다. "교회 차량들은 새벽에 신호등을 지켜주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교회가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불신자들조차도 다 지키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상식이라는 이름의 기준선이다. 이 상식선을 믿음이라는 절대무기를 가지고 허물어뜨리는 무례한 그리스도인들, 그들로 인해 복음의 문이 막힐까 봐 두렵다.

한국교회가 하루빨리 회복해야 할 것은 영성뿐만 아니라 상식이다.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상식에서 출발해야 하고, 기독교 신앙은 상식을 초월하기는 해도 상식 이하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곽군용 / 목사 ㆍ 양동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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