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功)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라"

"공(功)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라"

[ 예화사전 ] 예화사전

전덕열 목사
2014년 04월 21일(월) 16:47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위나라에 '범수'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왕을 찾아갈 노자돈 조차 마련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대부(大夫) '수가'를 모시게 되었는데 수가가 왕의 명을 받아 제나라에 사신으로 갈 때 그를 수행하였다. 제나라에 간 수가는 원하는 회답을 얻지 못하고 여러 날 그곳에 머물게 되었고 이때에 제나라의 왕이 범수가 비상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는 뛰어난 인물이라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많은 선물을 보냈다. 그러나 범수는 사양하고 받지 아니했다.

수가가 이 사실을 알고 귀국 후에 왕에게 범수가 나라의 비밀을 제나라 왕에게 밀고했다고 모함하였고 이로 인해 범수는 죽음에 이를 만큼 심하게 매를 맞고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쳐 이름을 장록(張綠)이라고 고쳐서 살아야했다.

그 무렵 진나라의 소(昭)왕이 왕계라는 관리를 사신으로 위나라에 파견했는데 이때에 왕계가 범수라는 자가 비범한 인물임을 듣고 그를 소왕에게 천거했다. 범수는 진나라 소왕의 곁에서 그를 도와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하였고 소왕은 그를 승상으로 삼아 응후(膺候)로 봉했다(BC266).

범수가 재상이 되어 크게 이름을 떨치고 있을 때 연나라 사람인 채택(蔡澤)이 그를 찾아와 말했다. "4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공(功)을 이룬 자는 때를 맞춰 떠나야 하는 법이요. 몸이 건강하여 손과 발이 잘 움직이고 눈과 귀가 총명하여 성인과 같은 지혜를 갖는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가 아니오?"

"반드시 이 기회에 재상의 자리를 내놓고 어진 사람에게 물려준 다음 물러나 바위 밑에 살며 냇가의 경치를 구경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오. 그렇게 되면 백이와 같이 청렴한 이름을 얻어 영원히 응후로 불리며 자자손손 제후로 살게 될 것이오. 주역에 이르기를 '끝까지 올라간 용은 뉘우칠 날이 있다'고 하였소."

채택의 충언을 들은 범수는 결심하고 말했다. "당신이 좋은 말씀을 해주시었소. '욕심을 그칠줄 모르면 그 욕심 부린 것을 모두 잃게 되고, 만족할 줄 모르면 그 가진 것을 모두 잃는다'고 하였소." 그리하여 범수는 병을 핑계삼아 재상의 자리에 물러났다.

노자(老子)는 이렇게 가르쳤다(노자 제 2장). "네 공이 있는 곳에 머물지 말라. 그리하면 네 공이 너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功成而不居, 夫唯弗居, 是以不去)"  일찍이 사울은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대승하고 자기 이름으로 기념비를 세우므로서 하나님의 노를 사게 되었다(삼상 15:12).

전덕열 / 목사ㆍ한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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