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을 존중합니다

당신의 몸을 존중합니다

[ NGO칼럼 ]

김미애 실장
2014년 04월 14일(월) 11:41

케사 칼라 말라(48세). 그녀는 아이를 낳고 채 일주일도 제대로 산후조리를 못한 채 무거운 수수더미를 나르는 일을 하기 위해 들판으로 나가야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농사를 짓고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은 오롯이 그녀의 몫이였다. 결국 과도한 노동으로 자궁에 이상이 생겼다. 네팔의 많은 여성들은 자궁탈출증이라는 고통스러운 짐을 진 채 살아가고 있다. 자궁탈출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연달아 많이 낳은 후 과도한 육체노동, 부족한 영양섭취, 가정폭력 등으로 다양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임 연령이 지난 여성에게 주로 발병하지만, 네팔에서는 주로 30세 미만의 젊은 여성에게 나타난다. 네팔 여성 중 10%가 앓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5%에 이른다.

2008년, 네팔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자궁탈출증 사례에 대한 네팔 대법원의 의미있는 판결을 얻어낼 수 있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협력해 자궁탈출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 의료서비스 및 의료시설을 확충하고 무엇보다 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네팔 정부는 여성의 자궁탈출증 예방이나 인식 제고를 위해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산모 건강과 관련된 정책을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자궁탈출증 발병과 관련된 위험요소 모두를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그 근본에 있는 성차별 해소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변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러한 네팔 여성들을 지지한다.
"처음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NGO가 운영하는 교육과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런 모임을 통해 내 경험과 고통을 다른 여성들과 나눌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뒤로는 내 병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게 되었죠." 16세에 결혼한 라하라는 여성은 올해 50세가 되었고,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그녀는 오랫동안 병에 대해 숨기고 있었으며 그녀가 만났던 NGO 활동가에게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시기는 이미 할머니가 된 후였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딸에게 이런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막고 싶어 했고, 결국 자신 혼자만의 고통이 아닌걸 알아차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3월 8일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했다. 네팔 지역 단체들과 함께 네팔 여성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알리고 네팔 정부가 자궁탈출증을 인권 문제로 인식하고, 자궁탈출증의 원인이 되는 여성 차별을 종식하기 위한 예방 정책을 긴급하게 실행하도록 촉구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사람이 어떠한 공포나 강압, 차별없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보호받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자 한다. "My body my right , respect my(your) body" 모든 이들의 몸이 언제나 존중받기를 원한다.

김미애 실장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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