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교역자 청빙 유감

부교역자 청빙 유감

[ 기고 ] 독자투고

김범준 목사 bjkim2412@hanmail.net
2014년 03월 19일(수) 15:10


지난 2월에 부목사를 청빙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감사하게도 많은 목회자들이 지원해주어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다. 그동안 목회자 청빙을 위해서 예배 시간에 광고도 하고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모두가 소중한 하나님의 사람들이기에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선정한 몇 명의 지원자들을 만났다. 목회자가 이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때라서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곧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직성 문제였다.
 
면담 중에 마지막 시무지를 '~현재'라고 쓴 경우 "지금도 00교회에서 시무하고 있지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러 명의 목회자들이 "아니요. 1월 말로 그만…"이라고 대답했다. 그들 말대로라면 이력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말이다. 어찌된 사연인지 더 물었다. 나름대로 사연을 말하긴 했지만 그 거짓 기록에 대하여 심각하게 생각하는 지원자를 보기가 어려웠다. '하나님의 일꾼들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 이력의 문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지나가려하다니!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일까?' 결국 일할 능력은 하나님께서 주시리라 믿고 바른 인성과 양심을 갖춘 목회자일 것으로 보이는 한 목사를 선택했다. 그는 면접하러 오면서 담임목사에게 말하고 왔다고 했다. 그를 청빙하기로 하고 당회를 마쳤다. 오후 시간에 "목사님을 동북교회 부목사로 청빙하기로 당회에서 결의했습니다. 저녁 제직회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잠정적으로 담임 목사께 청빙 계획을 전해드리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면접하러 올 때를 생각하여 그의 담임목사에게 우리 교회의 청빙 계획도 알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오후 내내 답이 없었다. 심방을 갔던지 무슨 사정이 있으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이력서를 낸 후 "언제 면접을 보느냐?"라고 전화를 걸어왔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월요일 아침에 그 목사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00와 논의한 끝에 동북 교회에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가 어제 보낸 문자를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녁 시간에 제직회를 할 것이라는 내용도 보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제직회를 하기 전에라도 왜 답변을 주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당황한 기색도 없이 즉각 대답을 했다. "배터리가 떨어져서요." 기가 막혔다. 목회자 청빙 건을 봄 노회에서 처리하려고 애썼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었다. 당회와 제직회, 그리고 부목사 청빙서에 서명을 했던 성도들…. 청빙 계획이 어긋난 것도 문제였지만 담임사역을 하고 있는 내 입장도 난감했다. 아 이럴수가! 목회자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청년 시절에 배웠던 가르침이 생각났다. "그리스도인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내 자신에게 이익이 적은 쪽, 더 손해 볼 것 같은 쪽을 선택하세요.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욕심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거나 하나님의 뜻 보다는 욕심을 따라가는 불신앙의 길을 가지 않도록 한 가르침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역지를 두고 기도할 때 어느 곳이든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먼저 불러 준 곳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겼던 옛 시대의 순수함이 새삼 떠올랐다.
 
시대의 변화 탓인지 알 수 없지만 떠나는 목회자의 아름답지 못한 뒷모습과 목회자다움을 잃어가는 새로운 사역지를 찾는 목회자들의 세태를 보면서 같은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비애를 느끼며 책임을 통감한다. 한국 교회의 영적인 침체와 타락은 다른 어떤 원인보다 목회자들이 목회자다움을 잃어버린 것 때문은 아닐까? 결코 작지 않은 문제를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도덕불감증 내지는 영적인 무감각 때문이 아닐까? 큰 둑이 작은 개미구멍 때문에 붕괴가 시작되듯이 한국교회의 건실한 영적인 둑이 스스로 작게 여기는 거짓이나 무책임에 구멍이 나서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주님의 십자가와 고난을 묵상하고 회개하며 우리의 심령을 깨끗하게 씻어 주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이다. 이 기간에 완전해 질수는 없겠지만 예수님을 닮아가려는 거룩한 몸부림으로 목회자들만이라도 진심으로 회개하고 복음에 합당하게 새로워진다면 한국교회에 영적인 새 봄날이 오는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김범준 목사/남원동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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