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한국의 비전

통일 한국의 비전

[ 4인4색칼럼 ] 4인4색칼럼

이장로 교수
2014년 03월 06일(목) 15:34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일의 공포를 몰아내고 통일의 비전을 공유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국가 비전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나치정권 초기부터 '본회퍼 그룹'의 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가 기본체제를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를 위한 대안들을 연구했는데 그것이 전후 독일 정치ㆍ경제 제도의 기초가 됐다고 한다.

통일한국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통일에 무관심하거나 회의적인 국민들에게 통일의 필요성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일한국 비전은 현재의 제도 및 정책의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나아가 통일한국 비전은 통일 및 통합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통일을 위한 사회적 자본을 창출할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한국의 비전은 통일 준비를 위해서 필수적인 그랜드 디자인이라 할 것이다.

통일한국에서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다 같이 현재보다 더 좋은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통일한국은 이웃 국가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과 설득이 필요하다. 통일한국의 비전을 그려 본다. 첫째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한국은 '민주국가'이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남용해서 약자들의 권리와 몫을 빼앗아 가는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다. 각자 자기의 몫을 정당하게 가질 수 있는 나라가 정의로운 국가이다. 또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나라, 태생부터 불리한 출발선에 서있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 나라,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성과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나라, 경쟁에서 낙오된 가난한 자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둘째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한국은 '복지국가'이다. 복지란 행복한 삶을 의미하고 행복이란 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복지국가란 국민 전체의 복지 증진과 확보 및 행복추구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보는 국가를 말한다.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경제 강국이 되는 동시에 경제 민주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통일시대에서 복지문제는 남북한의 정치경제체제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한국은 '평화국가'이다. 평화는 전쟁, 폭력, 갈등이 없는 관계나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의 문제는 항상 전쟁 문제와 더불어 등장했으나, 소크라테스 이후에는 평화가 영혼을 잘 돌보는 일로 설명된다. 그리고 이스라엘 전통에서 평화는 샬롬, 우리말로 안녕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념, 지역, 세대, 계층 간 갈등으로 인해 분열과 다툼과 미움이 사회에 만연해서 진정한 평화를 찾기 힘들다. 통일시대에는 이런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견되므로 평화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한국은 '세계 인류에 봉사하는 국가'이다.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이제는 G20의 영향력 있는 국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가 섬기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 참 많다. 대학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많고 개도국에 맞는 기술도 있고, 경제 및 사회 개발의 경험이 있다. 대한민국은 이 모든 것들을 국제 사회, 특히 북한과 나눠야 한다. 나눔은 통일시대를 앞당기고 통일 한국의 품격을 높이고 국제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게 만들 것이다.

통일은 사건이 아니라 과정이다. 통일의 긴 여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목적지를 보여주는 통일의 비전인데 이 비전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내는 참 지도자를 고대한다.

이장로
고려대 교수ㆍ한국리더십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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