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특집/사회가 바라보는 교회 (1)정치분야

3월특집/사회가 바라보는 교회 (1)정치분야

[ 특집 ]

손봉호 교수
2014년 02월 21일(금) 11:18

부패, 모두의 책임... 철저히 낮아져야

지난해 성탄에 KBS가 성탄 축하메시지를 방송하면서 천주교 주교와 조계종 총무원장의 축하 인사만 내보내고 개신교의 메시지는 빼버렸다 한다. 개신교를 대표할 기관도 없고 대표로 인정받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는 단체와 인물은 여러 명이 있지만 교계와 사회가 모두 존경하고 인정하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교단이나 교회 연합기관 대표가 되기 위하여 돈으로 표를 매수하고,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그대로 목회를 계속하며, 수백억 원의 돈을 횡령했는데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하지 않는 사람들로 성탄 축하메시지를 하도록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한국 사회 자체도 그렇게 투명하지 않은데 그런 사회조차도 존경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국 교계에서는 지도자로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한 때는 세상의 존경을 받던 한국교회가 어떻게 하다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사체가 있는 곳에는 솔개가 모여들고, 돈 권력 명예가 있는 곳에는 그런 것을 탐내는 자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커짐에 따라 돈 권력 명예가 같이 커졌고, 그런 하급 가치들이 커지니 수준 낮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서로 더 많이 가지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작 십자가뿐이었다면 한국교회는 결코 이 정도로 부패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지도자 결핍으로 이렇게 수치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교회의 성공이 한국 교회 실패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1983년에 'Korean Church Growth Explosion(한국교회 성장폭발)'이란 책이 영어로 출판되었다. 조용기 김준곤 김창인 김선도 조동진 등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분들이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을 소개하고 자랑하고 칭찬하고 감사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이라도 걱정하고 비판하는 글은 전체 23꼭지 가운데 단 둘(한경직 손봉호) 뿐이었다. 한국교회 성장에 대한 한국 교회의 자체 평가는 압도적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았을 때 그런 평가가 과연 옳았는가?

교인과 교회 수가 늘어나는 것이 부정적일 수는 없다. 전도는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지상과제이고, 교회성장은 그 열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의 성장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 과정에 이미 부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혼합되어 있었다. 구원은 오직 은혜로 받는다는 교리가가 무속신앙의 핵심인 공짜로 받는 복(운수대통)과 혼합되어 무속적인 세계관에 젖어있는 한국인들에게 엄청난 흡인력을 행사하였다. 정직이니 공정성이니 하는 도덕적인 원칙은 폐기되어야 할 율법으로 무시되고 공짜로 주시는 복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것이 한국 교회의 특징적인 신앙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외국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의 이런 가르침을 성공철학 혹은 번영신학이라 불렀을까?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운수가 대통해야 잘 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이겠는가?

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다. 공짜로 받는 복은 불로소득이고 현대사회에서 불로소득은 도둑질이란 사실은 인식하지도 못했고 가르치지도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명예 권력을 많이만 얻으면 축복받은 사람이요 믿음이 좋은 신자로 취급되었다.

이런 풍토에서 교권 쟁탈전이 일어나는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 교회와 교단도 인간들로 구성된 공동체이니만큼 조직이 불가결하고 공동목표를 달성하고 의견 차이와 갈등을 조정하고 해소하기 위하여 교권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권력이 다 그러하듯 교권도 타락할 수 있고 그것이 커지면 부패의 유혹도 그만큼 커진다. "모든 힘은 부패할 경향을 가지고 있고, 절대적인 힘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액튼 (J. E. E. D. Acton)의 경구는 교권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는 돈과 명성과 함께 권력의 유혹에 대해서 매우 심각하게 경고하셨다. 그리고 "낮아져야 높아진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역사적으로도 사실로 증명되었다. 교권은 지극히 조심스럽게 행사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처럼 낮아져야 건전하게 남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 교회는 그런 근본과 미덕을 갖춘 분들을 지도자로 모실 풍토를 못 만들었다. 돈 권력 명예에 눈이 먼 소인배들만 몰려나와 크지도 않은 권한과 그렇게 대한하지도 않은 명예를 위하여 세상 사람들도 주저하는 낯부끄러운 수단을 동원하며 서로 경쟁했다. 교단 총회장이나 교단연합 단체 대표가 되기 위하여 돈으로 표를 산 선례는 개신교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이 그런 범죄를 감행할 수 있는 것은 그들로부터 돈을 받고 표를 파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표를 모아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으로 행세하는 것도 한국 교계 풍토가 그런 것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실한 그리스도인들이 없지는 않다. 순수하고 진실한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여기 저기 숨어서 아름다운 사역과 봉사로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한국교계의 부패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 않다. 기독교의 명예나 하나님의 영광이야 어떻게 되든 오직 "나만 깨끗하면 되지! 우리 교회만 바르면 되지!"하는 무책임한 이기주의다. 참선지자들, 예수님, 사도들, 종교개혁자들과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은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책임하지 않았다. 자신의 성결이나 자기 교회의 건강은 중요하고 한국교회의 명예, 복음전파, 하나님의 영광은 중요하지 않은가? 사욕을 위하여 교회의 명예와 영향력을 파괴하는 주범들을 지도자로 알고 따라 다니거나 그들의 잘못을 방관하고 용인하는 공범들도 회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주범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공범들의 회개도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회복의 유일한 가능성은 한국 기독교가 완전히 실패하고 철저히 가난해져서 십자가 외에는 바라볼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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