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 총회 이후, 한국 교회 개혁의 삼중 과제

WCC 부산 총회 이후, 한국 교회 개혁의 삼중 과제

[ 논단 ] 주간논단

류태선 목사
2014년 02월 13일(목) 09:59

류태선 목사
생명의 길을 여는 사람들 상임이사

한국교회는 WCC 제10차 총회를 부산으로 유치한 후, 그 준비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래도 우려했던 바에 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를 큰 무리 없이 치렀으며, 내용적으로도 나름 풍성했다는 평가가 있다. 특히 교회의 일치와 갱신운동, 그리고 생명을 살리고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통전적 선교 운동으로서의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다음 세대에 대한 교육적 효과가 컸다는 것이 큰 성과로 꼽히고 있다. 여러해 동안 한국교회 전체가 WCC 총회를 최대 의제로 삼아 매달려 왔다면, 이제 한국교회는 더 절박하고도 현실적인 과제를 껴안고 온 힘을 다해 씨름해야 할 때다. 한국교회의 지금 모습은 침몰해 가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절박한 위기 상태이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필자가 보기로는 세 가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다.

첫째,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의 영성적이고 윤리적인 회개와 갱신의 문제이다. 한 마디로 목사, 장로를 포함한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인다운 맑은 영성을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여러 대형교회 목사들의 잇단 재정적, 성적 스캔들, 논문과 설교 표절 시비, 담임목사직 세습 행태 등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그러므로 한국 교회 위기 극복의 시작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통렬한 영성적 각성과 윤리적 회개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것은 뜻만 있으면 누구나 당장 시작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와 편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의 우리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한국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목회자 과잉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신대원 정원 조정을 포함한 신학교육 구조조정 문제라든지, 목사와 장로로만 구성된 당회 노회 총회 등 각급 치리기구의 의사결정구조(특히 총회 총대 99%가 장노년 남성 목사 장로로만 구성돼 있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에 여성과 청년층의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 개혁 문제나, 교파들과 연합기구들의 난립 극복 같은 것들이 대표적으로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풀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관건은 하루라도 빨리, 문제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정직성과 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려는 결단과 의지를 전교회적으로(우선 우리 총회부터) 확인(결의)하고, 구체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다.

셋째, 한국교회의 신학적인 문제들이다. 대부분의 한국교회의 신학은 근본적으로 종교개혁 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500년 전 유럽 교회와 사회의 상황과 우리의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WCC 부산 총회를 통해 보았듯이, 한 세기 이상 지속된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해서, 전세계의 개신교와 로마가톨릭, 정교회, 오순절교회 등 기독교 여러 교파들의 관계와 상호이해가 500년 전의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아울러 우리는 여러 이웃 종교들과 공존하는 다원적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개신교는 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대단히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역으로 우리 개신교가 한국 사회 속에서 왕따를 당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고, 그러한 상황이 선교에 막대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 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응답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가오는 2017년을 단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만 하는 해로 준비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새로운 제2의 종교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아직은 기회가 남아 있다. 총회의 일 맡은 이들의 책임이 크거니와,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각성과 이해와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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