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다원주의, 어떻게 할 것인가

종교다원주의, 어떻게 할 것인가

[ 기고 ] 독자투고

최태영 교수
2014년 01월 20일(월) 09:50

목회를 잘하고 계시는 존경하는 목사님이 어느 이단 세미나에서 "요즘 신학교에서는 구원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신학교 갓 졸업한 전도사를 청빙하여 교육을 맡겨보면 구원론을 가르치지 못한다. 신학교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구원론 하나만큼은 좀 확실히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고 하셨다. 나는 신학교수로서 곤혹스러움을 느꼈지만 그 말씀이 상당히 맞으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WCC 부산총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총회가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과제는 종교다원주의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총회를 반대하는 보수교단들의 가장 큰 반대 이유는 WCC가 종교다원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주최 측은 그것이 오해라는 것, 곧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반대 측을 설득할 수는 없었다. 반대 측은 WCC 중앙위원회가 종교다원주의를 반대한다는 입장표명만 하면 부산 총회를 반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WCC 측에서 그런 입장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WCC는 아마 앞으로도 그런 입장표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WCC 안에는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교단의 입장이다. 한국의 진보적 교단과는 달리 우리 통합측 교단은 공식적으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언제 변할지 모를 일이다. 현재 서구의 진보적 교회는 대체로 종교다원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도 처음에는 종교다원주의를 반대했었다. 그러나 진보적 신학의 흐름에 따라 교회도 저절로 그렇게 따라갔던 것이다. 그런 흐름에서 본다면 우리 교단이 지금 무언가 분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서구의 진보적 교회처럼 머지않아 종교다원주의를 천명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신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하든지 간에 종교다원주의가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는 예수 외에도 구원의 길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예수 외에도 구원의 길이 있다'는 것은 성경에 위배되는 이단적인 사상이다. 성경은 "예수 외에 구원을 얻을 다른 길이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성경에 대한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해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서구의 진보적인 교회는 그런 해석과정을 통하여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얻지만, 그것이 구원의 유일한 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고, 예수 외에도 구원의 길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다른 종교의 구원 가능성에 대하여 관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우리도 그런 길을 따라 갈 것인가? 우리는 지금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거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것이다.

최태영 교수 (영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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