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탈퇴 따른 '제4의 연합기구 탄생' 우려

한기총 탈퇴 따른 '제4의 연합기구 탄생' 우려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1월 13일(월) 09:50
합동 중심 보수 교단 연합 논의
 
주요 교단들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탈퇴가 이어지면서, 보수층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연합기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총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어 교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합동 총회 본부에서는 예장합동 총회 총무 황규철 목사의 주도로 고신, 합신 등 7개 보수 교단 전ㆍ현직 총무들이 모여 가칭 '기독교한국교회총연합회'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는 한기총이 더 이상 보수 교단을 대표하지 못하게 된 이상 새로운 연합기구의 출범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오는 17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준비 모임을 갖기로 결의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새 연합 기구의 이름은 가칭 '한국보수주의교단연합'으로 정하고, 준비위원장에는 예장합동 총무 황규철 목사, 사무총장에 합신 전 총무 박종언 목사, 서기에 기하성 박한근 목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일부 교단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교계의 일반적인 정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으로 나눠진 데 이어 또 다시 분열되어 제4의 연합기구가 출범하는 것은 교회의 연합이 아닌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이날 모임에 참석한 전현직 총무들이 모두 소속 교단의 입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새 연합기구 출범을 논의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예장 고신의 경우 이날 참석한 전 총무 임종수 목사의 의견과 달리 교단 임원회의 입장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는 이날 모임에 참석해 준비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게 된 인사마저 제4의 연합기관 출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혀 참석자들간에도 완전한 의견일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모임에서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합신 전 총무 박종언 목사는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무슨 조직을 위해서 만난 모임이 아니라 그냥 논의만 진지하게 하며 여러 의견을 내놓은 것 뿐"이라며, "그 모임에서 한교연으로 들어와서 한국교회 연합 전선을 다시 구성하자고 내 의견을 소신있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또 "제4의 기구는 민망한 이야기다. 이런 상황이 안되도록 교단장들이 허심탄회하게 진정성있게 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합동 총회 입장에서는 한교연에 대해 장벽이 있는 것을 느꼈는데 합동이 한교연에 들어올 수 있도록 명분을 만들어주거나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는 준비위원회의 향후 일정 및 계획에 대해 묻기 위해 황규철 총무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황 총무는 "항간에 알려진 내용 이외에 더 말할 것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더 이상 질문을 잇지 못했다.
 
제4의 연합기구 추진에 대해 교계 연합활동을 하는 한 중진 인사는 "합동이 주도해 새로운 연합기구 출범을 추진하는 것은 한교연의 주도권을 예장 통합이 쥐고 있다는 상황인식 하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또한, 지난해 WCC 제10차 총회 개최를 둘러싼 갈등의 앙금이 풀리지 않은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인사는 "황 총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새로운 연합기구의 출범을 추진하는 것은 교단 내 개인의 불안한 입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총회 석상에서 해임결의를 가까스로 피한 황 총무가 새로운 연합기구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비정치적 성향의 초교파적 목회자 및 교계인사들의 모임인 미래목회포럼(이사장:오정호, 대표:고명진)에서는 지난 10일 제4의 연합기구 출범 움직임과 관련,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긴급좌담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정성진 오정호 소강석 목사 등은 새로운 연합기구의 출범은 한국교회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며, 교단 연합에 반하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임으로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