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무너질뻔 했던 아버지의 진솔한 인생 경험담

자칫 무너질뻔 했던 아버지의 진솔한 인생 경험담

[ Book ]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4년 01월 09일(목) 14:03
학교폭력 시달리던 아들 19년 전 자살로 生 마감
"아들의 죽음 '복수' 아닌 '사회 변화' 위해 눈 돌린 것 다행"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김종기 이사장의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병들어가는 아이들 방관한다면 하나님 자녀의 책임 못다한 것"
 
   
"내게 그런 엄청난 사건이 닥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책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아버지는 하나 뿐인 아들을 잃었던 이야기를 18년 만에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했다.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감내해야 했지만 그의 진솔한 고백은 이제 한 권의 책을 통해 꾸준히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 김종기 이사장(예일교회 집사)의 자전적 에세이 '아버지의 이름으로(도서출판 은행나무)'가 어느덧 4쇄 인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영어, 중국어의 번역본도 출간 계획 중에 있다. 지난 1995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자칫 무너져버릴 뻔 했던 아버지의 인생이 어떻게 지난 세월을 견뎌내며 오늘까지 이를 수 있었는지 저자의 경험담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까닭이다.
 
그는 크리스찬이다. 목포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양동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어린 시절부터 신앙생활을 했다. 책 속에서 그는 고백한다. "왜 신을 원망한 적이 없었겠는가. 시도 때도 없이 무너졌고 끊임없이 절망했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원망했던 그 신이 결국 나를 일으켜 세웠다."(245p)
 
아들이 세상을 떠난 그해 겨울 청예단을 설립한 김종기 이사장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대현이의 죽음이었다. 슬픔과 분노를 '복수'라는 악의 고리로 끌고 가지 않고 사회 변화를 위한 청예단을 꾸린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고 말한다. 지난 8일 통화에서 그는 "그냥 쓴 것이 아니다. 내 모든 영혼을 다 던져서 쓴 책"이라며, "2012년 1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새벽 동이 트는 시간까지 글을 썼다. 안면마비가 왔을 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집필 당시를 회고했다.
 
   
출간 이후 변화에 대해 그는 "놀라운 기적들을 경험했다. 복지부동이었던 공무원들이 이 책을 읽고 깜짝 놀라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고 택시기사, NGO 활동가, 상담가 등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청예단을 후원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같은 아픔을 지닌 크리스찬 부모들에게는 "(참된 위로는) 어디에도 없더라. 죽은 아이를 탓할 것이 아니라 아버지로서, 크리스찬으로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자신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많은 교단에서 학교폭력에 관심을 갖고 나섰지만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며 교회의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지 않은 일을 바로잡는 것은 크리스찬으로서의 의무다. 우리 아이들이 생명을 잃고 병들어가는 것을 방관한다면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의 자녀일 뿐 책임을 다 하지 못한 것"이라며, "교회에 나오는 학생들이라도 남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폭력이 비겁한 일이고 죄악임을 교육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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