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책임

[ 논단 ] 주간논단

류태선 목사
2014년 01월 08일(수) 16:43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요, 세상의 빛이라"(마 5:13, 14) 말씀하셨다. 여기서 '세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한 모든 영역을 가리킨다. 그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어둠을 밝히고 부패를 막아야 하며 맛을 내어야 한다. 주님은 또 우리에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고 명하셨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와 관련하여, 특히 이사야 11장 1~9절, 누가복음 1장 46~55절, 누가복음 4장 18~19절 말씀이 눈에 띈다. 이사야 11장 1~9절 말씀은 장차 오실 메시야에 대한 기대가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 주며, 진정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누가복음 1장 46~55절 말씀, 일명 '마리아의 찬가'는 성모 마리아가 장차 태어나실 예수님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소망을 보여 준다. 누가복음 4장 18~19절 말씀은 이 땅에 그리스도로 오셨던 예수님의 선포와 사역의 핵심을 보여 준다. 이 말씀들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 가시는 메시야 통치,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의 역사에 의한 정의와 평화의 통치이며, 특히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세워주고 보살펴주는 통치임을 보여 준다. 누가복음 1장 51~53절의 말씀을 보라. "그의 팔로 힘을 보이사 마음의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고 권세 있는 자를 그 위에서 내리치셨으며 비천한 자들 높이셨고, 주리는 자를 좋은 것으로 배불리셨으며, 부자를 공수로 보내셨도다." 이러한 성경의 비전은 결코 애매모호하지 않고 대단히 직설적이며 정치적인 비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야 말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모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의 정치적 책임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정치적 책임을 감당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매 선거 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여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또 그 선거가 국민의 뜻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공정선거가 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속한다. 또한 정치인들이 선거 때 약속한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이 되지는 않았는지 따져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심판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대하여 성경적 신앙에 입각한 기독교 윤리적 판단을 거쳐, 경우에 따라 지지도 하고 비판도 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총회나 교회 연합기관 혹은 기독교사회윤리나 공공신학 연구단체들을 중심으로, 연구와 대화가 계속돼야 한다.

무엇보다, 오늘 우리는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전 앞에 서 있다. 국가의 여러 기관들이 동원된 대규모의 사이버 여론몰이를 통해 지난 대선은 잘못이었음이 드러났다. 이것은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기본질서 문란, 곧 국기(國基)문란 문제이다. 따라서 반드시 그 진상과 책임 소재가 규명되고, 상응하는 책임이 물어져야 하며,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전 종교계와 전 사회영역에서 이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총회도 목회서신을 발표한 바 있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금식기도회'도 개최한 바 있다. 이 때야 말로,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소금과 빛, 하나님 나라의 징표와 도구로서의 책임을 감당해야 할 때다. 주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 16:24) 하셨다. 이 시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작은 십자가를 져야 한다. 그 십자가는 거짓없는 신앙적 양심으로 입을 열어 우리가 지금 여기서 이야기해야 할 바를 담대히 말하며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다. 주님은 진짜 십자가도 지셨는데, 만일 우리가 진정 주님의 제자들이라면 우리도 그만한 십자가는 져야 하지 않겠는가?

류태선 목사/생명의길을여는사람들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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