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기독신춘문예 희곡 부문 가작, 게바

제15회 기독신춘문예 희곡 부문 가작, 게바

[ 제15회 기독신춘문예 ]

진용석
2014년 01월 08일(수) 15:05

때 : 기원 후 33년경
장소 : 예루살렘
등장인물 : 베드로, 개(게바), 코러스1, 2, 3, 4, 5
연출노트 : 무대는 빈 무대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코러스들의 움직임과 몸의 형태로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코러스들은 다양한 인물 혹은 오브제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상도 소품도 시대를 반영하거나 현실적인 것들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게바)는 베드로의 분신이며 신앙 양심을 상징하지만 이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극의 후반에 반전으로 밝혀진다.

1장

   
▲ 그림 : 강수미
무대에 저녁 노을이 비친다.
털이 엉망으로 지저분한 비쩍 마른 떠돌이 개(게바)가 무대에 있다.
개는 천천히 무대를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다가 포기하고 앉는다.
하품, 개는 졸기 시작한다.
무대 밖에서 누군가가 기는 것 같은 거친 숨소리, 발소리.
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드는 개. 불안해 이리저리 둘러본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피 묻은 칼을 든 베드로 등장.
잠시 숨을 고르고 칼을 칼집에 넣는 베드로.
기는 사람들이 으레 그러듯 개를 보고 괜히 깜짝 놀란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는지 무대 밖으로 눈을 돌려 잠시 확인하고 도망에 지친 듯 자리에 털썩 앉는다.

사이.

숨을 고르고 나자 이내 한기가 드는 듯 몸을 웅크리는 베드로.

베드로 : 어우. 춥다.
게바 : 왈. 왈.
베드로 : (객석에) 4월 치고는 추운 날씨에요. 춥죠? 콜록, 추워요. 추운 날씨에요.
게바 : 왈.
베드로 : 너도 춥다고? (양말 벗어서 개에게) 신을래?
게바 : (다가가서 양말 냄새를 맡고 지독한지 고개를 몹시 저으며 물러선다.)
베드로 : (자신도 냄새를 맡아보고) 콜록, 미안하다. (신는다.)
(객석에) 해가 졌으니 밤이군요. 밤이죠? 밤이에요. 추운 밤이에요. 해가 지면 추워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해가 졌어요. 해가요, 졌어요.
(갑자기 밝게) 있잖아요, 지난 3년간은 해가 지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밤에도 추운 줄을 몰랐어요. 물론 날씨야 추웠지요.
(사이) 우린 매일 밤 잠 잘 지붕을 찾아내진 못했거든요. 하지만 여기 가슴팍이 뜨듯하니 제법 괜찮았어요. 왜냐고요?
(갑자기 화가 나서) 왜냐고요? 얘기하고 싶지 않군요. 싫어요. 아무한테도 말 안하고 혼자 끌어안고 죽을 겁니다.
게바 : 왈. 왈.
베드로 : 안 궁금하다고? (자조적으로) 그래. 그럴 테지.

사이.

게바 : 왈. 왈. 왈.
베드로 : 내가 슬퍼 보인다고?
게바 : 왈.
베드로 : 내가 야위었다고?
게바 : 왈?
베드로 : 그래, (자신의 통통한 배를 만져보며) 그렇진 않은 거 나도 알아.

사이.

베드로 : 넌 못 보던 개다. 왜 그런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 거냐. 개 주제에.(사이) 어디서 왔냐.
게바: 왈. 왈.
베드로 : (객석에) 이 똥개새끼. 지도 아무 말 않겠답니다.
게바 : 왈. 왈. 왈.
베드로 : (객석에) 자기도 혼자 끌어안고 죽겠답니다.

사이.

베드로 : 뭐냐 그 표정은? 어차피 슬플 세상 미리 슬픈 표정 짓겠다는 거냐?

사이.

베드로 : 하, 얘기하기 싫으면 말아라. 똥개야. 관심 없다.

베드로, 배가 고픈지 주머니를 뒤지는데 작은 빵 조각이 하나 바닥에 떨어진다.

게바 : 왈!

베드로, 개를 힐끗 보고 꿈도 꾸지 말라는 듯 먹어버리려고 하는데,

게바 : 왈!

베드로가 멈칫 하고 개를 본다. 아예 돌아앉아서 먹으려는데,

게바 : 왈!

베드로가 결국 빵을 반 잘라 개에게 내민다.

게바 : (먹으며) 왈. 왈.
베드로 : (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도 주인이 있었다고?
게바 : 왈. 왈.
베드로 : 그런데 이젠 너도 혼자라고? 그렇지. 믿고 의지하던 사람을 잃는 다는 건 정말 처량하지.
게바 : (자리로 돌아가며) 왈.
베드로 : 그래, 춥다. 왜 이렇게 추운지 모르겠어. (사이) 내가 해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객석에) 난 말이죠, 나한테 그 해를 지킬 수 있는 바위 같은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게바 : 왈. 왈.
베드로 : (자조적으로) 흥, 나는 잃어버린 거야. 해를. 해를.

바람소리가 들린다.
 
베드로 : 옷을 아무리 여며도 가슴에 바람이 지나가는지 춥다. 추워.
게바 : 왈.
베드로 : 너도 춥지?
게바 : 왈.

사이.

베드로 : (갑자기 화가 나서) 야! 그럼 다른 주인을 찾아 가. 다른 해를 찾아.
게바 : 왈. 왈. 왈. 왈.
베드로 : 그럴 수 없으면 안 돼. 이젠 그래야 해.
게바 : 왈. 왈.
베드로 : 물어보지 마! 난 아무 말도 하기 싫어. 어떤 생각도 하기 싫어. 나 혼자 다 끌어안고 죽을 거다. 그리고 너 말이야. 그렇게 계속 시끄럽게 굴면 된장 발라서 확 삶아 버리는 수가 있다.
게바 : 왈왈! 왈! 왈왈왈! 왈왈왈왈왈!
베드로 : 이 똥개새끼가! (개를 걷어찬다.) 조용히 안 해?
게바 : 깨갱. 왈왈! 왈왈!
베드로 : 야! 가만 놔두니까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주인도 없는 똥개 새끼가.
(칼 꺼내서) 너도 제사장 종놈 '말고'처럼 귀라도 한 쪽 잘려야 조용히 할 거냐?
게바 : 깨갱. (도망간다) 왈왈. 왈.
베드로 : 그래! 가라! 가! 가버려….
(손 냄새를 맡고) 에이 개털냄새. 망할 똥개새끼. 야! 이 똥개새끼야!
(개가 사라진 쪽을 보며) 똥개새끼.......

사이

베드로 : (칼을 집어넣고) 왜 그랬냐. 베드로. 불쌍한 개한테 왜 그랬어….

조명 전환. 쓸쓸한 베드로의 모습. 멀리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 소리와 함께 암전.

2장

코러스들이 움직임으로 고통 받는 세상 사람들을 보여준다.
개가 그들 사이를 슬프게 도망 다닌다.
바람소리가 계속된다.

코러스2 : 이상한 추위야. 4월의, 차갑고 불길한.
코러스1 : 봄, 뼈 속까지 얼어붙는 4월의 봄.
코러스4 : 생명이 있는 호흡들은 모두 검게 얼어붙고.
코러스5 : 누구도 왜 추운지 이야기하지 않아.
코러스3 : 불 곁에 모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네.
코러스1,2 : 등골이 오싹한 건 단지 춥기 때문이 아니야.

다같이 : 죄.
코러스2 : 머리가 쭈뼛 서는 건 날이 추워서가 아니야.

다같이 : 죄의 올가미.

코러스4 : 벗어나고 싶어.
코러스1 : 더러운 가죽부대 안에 넘치는 죄.
코러스3 : 역겨운 몸뚱이에서 뚝뚝 떨어지는 죄.
코러스5 : 누가 나 좀 구해줘.

다같이 : 누가.
코러스2 : 누가 우릴 구해 줄 수 있겠어.

다같이 : 누가.
코러스1 : 누가 우리 죄를 씻을 수 있겠어.

다같이 : 누가.
게바 : 왈. 왈. 왈.
코러스4 : 메시아라면… 그가 만약 메시아라면….

<노래 #1 : 메시아라면>
코러스1 : 메시아라면 날 알아 줄 거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나를, 내 믿음을, 그만은 알아 줄 거야.
코러스1, 3 : 메시아라면 날 구해 줄 거야. 아무도 구할 수 없는 나지만. 누구도 구해주지 못한 나를, 내 영혼을, 그만은 구해 줄 거야.
코러스5 : 잡혔다지.
코러스2 : 하나님의 아들이라더니.
코러스1, 3 : 하나님의 아들!
게바 : (반갑게 다가가며) 왈!
다같이 : 메시아라면 날 일으켜 줄 거야. 아무도 손 내밀지 않은 나지만. 누구도 손 잡아주지 않은 나를, 내 좌절을, 그만은 일으켜 줄 거야.
코러스2 : 눈 먼 사람을 보게 하고 앉은뱅이를 일으키고.
코러스1 : 오천 명을 빵 한 조각으로 먹였대.
코러스3 : 몇 명?
코러스4, 5 : 오천 명!
게바 : (살짝 고개만 빼 내어 작게) 왈….

다같이 : 구해 줬다고 고침 받았다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나는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나는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게바 : 왈, 왈.
코러스2 : 천사들을 막 부린다던데.
코러스4 : 유대인의 왕이 될 거라던데.
코러스1, 3, 5 : 유대인의 왕?
다같이 : 하! 하! 하!
게바 : (고개만 빼 들고) 왈! 왈! 왈!

다같이 : 우린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우린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코러스들은 마지막 움직임으로 대제사장의 집 앞 뜰에서 불을 쬐는 하인들의 모습이 된다. 개도 불가에 엎드려 졸기 시작한다.

코러스4 : 그가 우리가 기다리던 메시아? 아니면….
코러스5 : 아니면, 엄청난 사기꾼일거야.
코러스2 : 그 제자들이 다 한통속이 되어 눈속임을 했겠지.
코러스3 : 그 제자들도 가만 두면 안 돼!
다같이 : (서로서로 바라보며) 제자들! 야고보, 안드레, 요한, 빌립, 바돌로매, 마태, 도마….
코러스2 : 특히! 특히 그 시몬 베드로라 하는 선동꾼은 가만 두면 안 돼!
코러스1, 3 : 시몬!
코러스2, 4, 5 : 베드로!
다같이 : 시몬 베드로!
코러스2 : 그 악당이 '말고'의 귀를 잘랐다는군. 귀를!

개가 갑자기 무언가 냄새를 맡고 무대 상수로 달려가 짖는다. 베드로 등장.

게바 : 왈! 왈왈왈!
베드로 : (반갑게) 야, 똥개야. 너 살아 있었구나
게바 : (여기 오면 안 된다는 듯이) 왈! 왈!
베드로 : 전에는 미안했다. 자, (아까 남은 빵을 꺼내며) 이거 좋아하잖아.
게바 : 왈. 왈. (반대편으로 도망해 퇴장)
베드로 : 똥개야, 귀 안 자를게…. (코러스가 이 대사에 베드로를 본다.)
(사람들 눈치를 보며) 아우 춥다. 실례 좀 합시다.

베드로, 불을 쬐다가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목하는 것을 눈치 채고 달아나려 한다.

코러스3 : 이봐요.
코러스4 : 당신도 갈릴리 사람 예수랑 같이 있었어요.
베드로 :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코러스2 : 맞아요. 이 사람, 나사렛 예수랑 함께 있었던 사람이에요.
베드로 : 내가 맹세하건데 난 그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코러스1 : 정말로 이 사람이 맞아요. 난 그 무리 중에 있던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들은 기억이 나요.
베드로 : (기진하여) 난 그 사람, 나사렛 예수를 모릅니다. 정말로 모릅니다.

음산한 바람 소리와 함께 코러스들이
실체를 가진 베드로의 죄의식이 되어 베드로를 쫓는다.
베드로가 비틀거리며 도망치려 하나 코러스들이 마치 사냥하는 한 무리의 늑대들처럼
계속 베드로의 앞을 막아서고 베드로의 의식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다같이 :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땐 언제고
제 선생의 죽음을
구경거리처럼 기웃거려
다같이 : 뻔뻔스럽기도 하지.
뻔뻔스럽기도 하지.
뻔뻔스럽기도 하지.

코러스가 베드로에게 사납게 달려들며, 암전.

3장

개가 끙끙대는 소리에 무대가 천천히 밝아지면
이미 꺼진 모닥불 곁에 베드로가 기절해서 쓰러져 있다.
사람들에게 맞은 듯 옷도 여기저기 찢어지고 얼굴도 엉망이다.
개가 베드로를 일으키려는 듯 이리저리 흔들고 눌러본다.
조금씩 정신이 드는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는 베드로.
조금 떨어져서 그런 베드로를 가만히 보고 있는 개.

베드로 : 쳇! 죽을 만큼 때리진 않았구나. 빌어먹을 것들, 아예 숨통을 끊어놓지.

베드로가 개를 발견한다.

베드로 : (일어나 앉으며) 야, 똥개야. 뭘 보냐.

사이

베드로 : (발 구르며) 뭘 보냐고 이 똥개야!
게바 : (겁먹지 않고) 왈! (베드로가 깜짝 놀란다.)
베드로 : 하, (객석에) 이제는 저런 똥개도 날 우습게보고 말입니다. 내가 한 때는, 그분께 내가… 바위 같 은 믿음이라고, 베드로
게바라는 이름도 받았던 몸이에요. 내가 말이지요.

사이

게바 : 왈!
베드로 : (개에게) 그래, 게바… 바위라고 하셨지. 막무가내로 믿었으니까.
그래도 그 땐 참 좋았어. 물 위도 걸어보고.
게바 : 왈?
베드로 : 그래. 몇 걸음 못 가서 빠지긴 했지만 물 위를 걸은 그 몇 걸음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
게바 : 왈! (하품한다.)
베드로 : (개가 안 들어주자 객석에) 아. 이런 기억도 있어요. 그분은 자신이 세례 요한이냐, 엘리야냐, 선지자냐 물어보신 적이 있었지요. 하하, 다른 제자들은 계집애들처럼 그 우물쭈물하는 그 꼴들하고는. 셋 다 아닌데 말이에요.
게바 : 왈?
베드로 : (신이 나서) 그래, 셋 다 아니야. 하하, 아니지. 그분은… 그분은….

사이,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베드로. 그러나 곧 슬픈 생각을 떨치려는 듯 밝게,

베드로 : 하루는 그분이 갑자기 허리에 수건을 동이고는 우리 발을 씻겨 주려고 하셨어요. 아이고! 우리끼리 얘기지만 난 진짜 발이 엉망이거든요. 평발에 온통 물집인데다가 내성발톱이 파고들어간 살이 곪아서 그 고름은 냄새가 또 얼마나 지독한지 말도 못해요
내 생각에 이렇게 말로 하는 것 보다는 가까이에서 한 번…. (객석에 몇 걸음 다가가다가) 너무 싫어하지 마세요. 상처받으니까.

사이

베드로 : 똥개야, 이리 와 봐. 이리 와 봐. (개가 몇 걸음 다가오고)
(다리를 뻗어보지만 다리가 짧아 개에게 닿지 못한다.) 조금 더 와.

개가 충분히 다가오자. 발을 쭉 뻗어서 냄새를 맡게 하는 베드로.
잠시 냄새를 맡던 개는 지독한 냄새에 화가 난 듯. 베드로의 종아리를 문다.

베드로 : 아악! 야, 너 이리 안 와!
게바 : (고개를 흔들며 베드로에게서 멀어진다.) 왈! 왈왈왈!
베드로 : 이런 똥개 새끼! 잡히기만 해 봐라! 아야….

베드로에게서 멀리 떨어져 여러 번 심호흡을 하는 개.

베드로 : 너 이리 안와? 버릇없는 똥개 같으니라고, 저러니까 주인한테 버림받았겠지! 잡히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너. 아야. (아파하며) 장난 좀 쳤다고 물기나 하고.
게바 : (걱정스러운지 조금 다가간다.) 왈?
베드로 : 걱정하는 척 하지 마라. 네가 물어서 아픈 거니까. (아파한다)
게바 : (조금 더 다가오며) 왈?
베드로 : (자신이 아파하자 개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아야…. (조금 누우며) 어지럽다. 어라? 열이 나는 것 같은데?
게바 : (더 다가가며) 끄응~.
베드로 : (완전히 누워서 들으라는 듯) 떠돌이 똥개한테 물려서 정체모를 병으로 죽는구나. (익살스럽게) 아, 아… 열이 많이, 아주 많이 난다. 어머니가 보여… 어머니…. (쓰러진다.)
게바 : (완전히 베드로를 믿고 가까이 가서 베드로에게 앞발을 올려 흔든다.)
베드로 : (벌떡 일어나 개를 붙잡고) 잡았다! 너도 한 번 물려봐라! (어지럽다.) 어떤 기분인… 지….

정말로 현기증을 느끼고 자리에 쓰러지는 베드로.
풀려난 개가 도망치다가 베드로를 돌아본다.

게바 : 끄응~ 왈!
베드로 : 아, 이렇게 끝이냐, 베드로. 이렇게 죽어서 똥개 먹이나 되는 거냐.
게바 : (다가와서 베드로를 일으키려 애쓰며) 끄응~ 끙낑짱껑~ 끙낑짱껑~
베드로 : 뭐냐 개야. 날 먹으려거든 내가 죽는 건 좀 기다려줘라.
게바 : 정싱창령~ 정싱창령~ 젱방~
베드로 : 응? 헛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이제 정말 내가 죽는구나. 주님, 저 이제 당신 곁으로….
게바 : (베드로의 귀를 잡아당기며) 정신 차려! 제발! 죽으면 안 돼!
베드로 : (끌려 일어나 앉는다.) 아야! 아야! 아파! (펄쩍 뛰어 일어나며) 오, 맙소사 하나님 아버지! 개가 말을 한다!

'오, 게바!' 전주가 시작된다. 코러스 개들 춤을 추며 등장한다.

게바 :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말 뿐인 줄 알아? 짠! 춤도 장난 아니야. 네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지.
베드로 : 춤을 춘다고?
게바 : 맞아, 춤 좀 추지. 그리고 너, 네가 네 주인한테 받은 이름이랑 내 이름이 똑같은 거 몰랐지?
베드로 : 이름?
게바 : 그래, 우리 주인이 나한테 붙여 준 이름도 게바야.
베드로 : 뭐? 그런 약속이나 한 것 같은 거짓말 같은 우연이?

<노래 #2 : 오, 게바!>

게바 : 그분은 내게 이름을 주셨네. 오 게바! 게바! 그 뜻은 바위, 바위 같은 믿음 오 게바! 게바! 게바! 난 머리 나쁘다 하신 줄 알고 처음 들었을 땐 삐질 뻔 했지. 그분이 준 이름 바위 같은 믿음 오 게바! 그분은 물 위를 걸어 오셨네. 오 걷네! 걷네! 그분 말 믿고 나도 걸어 봤네 오 걷네! 걷네! 걷네! 갑자기 바람 무서웠네. 그 순간 나 풍덩 빠져 그분 믿을 때 걸을 수 있었네 오 걷네. 다들 눈치 보고 있을 때 나 대답했지. 다들 알았지만 확신 없었거든. 바위 같은 믿음으로 내가 당신은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베드로 : (흥겨워서) 그분은 우리 발도 씻겨 주신다고 하셨어!
코러스 : 오~ 오~ 오~.

베드로 : 절대 내 발은 씻기지 못하시게 했지. (왠지 알죠? 냄새!) 오~ 그럼 나 상관없는 사람이라 하시네. 씻어서 상관 생긴다면 손도 머리도 씻기어
다같이 : 주소서!
베드로 : 이미 씻은 자는 발만 씻으면 된다 하셨네. 그리고 말씀하셨네. 잊을 수 없는 그 말씀. 닭 울기 전에 나… 닭 울기 전에 나… 닭 울기 전에 나…  (코러스들이 말 하라는 듯 옆구리를 쿡 찌른다.) 세 번 당신을 부인 한다고.
코러스 : (신나게) 닭 울기 전에 너 세 번 주님을 부인 한다고. 닭 울기 전에 너 세 번 주님을 부인 한다고.

코러스, 같은 소절을 몇 번 반복해 부르며 베드로와 개를 신나게 놀리고 퇴장한다.

사이.
무대에 남은 베드로와 개,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코러스들이 나간 곳을 향해 맹렬히 짖어댄다.

베드로, 게바 : 왈! 왈왈! 왈왈왈! 왈!

사이.
갑자기 객석을 향해 돌아서는 베드로와 개.

베드로, 게바 :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음향 : (닭울음소리) 꼬끼오!

베드로, 게바 : 내가 맹세하건데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합니다.

음향 : (닭울음소리) 꼬끼오!

베드로, 게바 : 이 독사의 자식들아! 모두 저주나 받아라! 난 그 사람을 모른다고 했잖아!

음향 : (닭울음소리) 꼬끼오!

개, 슬프게 퇴장. 자신이 세 번 부인한 것을 깨달은 베드로가 절규하듯 노래한다.

<노래 #3 : 세 번 부인.>

베드로 : 예수님! 오오! 아아아! 주여! 닭이 울기 전에 내가. 세 번 부인하리라 하셨지요.

베드로 : 저는 두려웠어요. 무서웠습니다. 이 게바, 바위가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잔뜩 겁을 먹었는데 주님 당신은 마지막까지도 흔들리지 않으셨어요. 난 당신과 같지 않아요. 난 신이 아니거든요 나약한 인간이라고요. 그저 난 그저… 죽는 게 두려웠을 뿐이에요. 모른다고 하려던 게…아니에요… 당신을 부인하려던 마음은 조금도 없었어요. 그저… 죽고 싶지 않았어요. 그 군중들 속에서 당신을 인정하면 분명 죽을 때 까지 맞을 것 같았어요. 난 차라리 아무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두려움이 빌어먹을 그 두려움이 마음에 꽉 차 있었고 그들의 말, 말, 말들에 내가 아니라 두려움이 내 대신 대답을 토해냈을 뿐이에요. 네,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부인합니까, 이 게바가요. 그건 제가 아니었어요.

사이.

베드로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베드로 : 그만! 제 마음에 죄책감을 심지 마세요! 그러지 마세요! 어쩌면 그날, 당신이 내게 당신을 부인 할 거라고 말 한 그 말이  씨앗처럼 내 안에 심겨서 내 마음 안에 당신을 부인할 싹이 자라기 시작한 걸 거예요. 그래. 모든 건 당신이 만든 거야! 난 잘못 없어. 당신은 당신이 쓰고자 한 비극의 도구로 날 사용한 것뿐이야! 당신을 팔아넘긴 사람도 당신을 심판한 재판관도 미친 분노의 광기에 사로잡힌 군중들도, 나도! 사실 당신이 만들고자 한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일 뿐이라고요!

사이.

베드로 : 네, 당신은 이미 모든 걸 알고 계셨어요. 우리 중에 누군가 당신을 팔 것을 아셨던 것처럼 제가 당신을 부인할 것도 아셨다고요. 아니야! 아니에요! 난 한 번도 그런 마음먹었던 적 없어! 한 번도 내가 주님, 당신을! 혹여 목숨이 걸려있대도! 주님을 부인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다고요.
(객석에) 당신들은 다를 것 같아? 당신들도 나랑 똑같아요. 당신도 불리할 땐 예수를 부인하잖아! 예수를 부끄러워하잖아!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하늘에) 당신! 모든 게 다 당신 때문이에요!

갑자기 등장하는 개. 크게 짖으며 베드로의 팔을 문다.

게바 : 왈왈! 왁!

베드로, 개를 뿌리치고 우악스럽게 개를 때리기 시작한다. 몹시 아파하는 개.

베드로 : (개를 마구 때리며 절규하듯) 난 잘못 없어! 당신이 쓰고자 한 비극의 도구로 날 사용한 것뿐이잖아. 난 한 번도 그런 마음먹은 적 없어. 한 번도. 목숨이 걸려 있대도 내가 당신을 부인할 생각은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 베드로가! 게바가! 바위가! 그건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사이, 쓰러져 있는 개.
베드로 기진하여 숨을 고르며 앉아 있다가 정신이 들었는지 문득 개를 바라본다.
움직이지 않는 개. 죽었다.

베드로 : (정신을 차리고는) 야, 똥개야. (사이) 게바야.
(앉아서 손으로 만지며) 왜 그래. 숨 쉬어 봐. 왜 그러냐, 너. 
(울며) 이러지 마라. 숨을 쉬어야지. 이러지 마…. 미안해, 아팠지? 내가 잘못했다. 응? 죽지마라. 죽지 마.
(무릎 꿇고) 주여 제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오, 주여.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제가 이런 짓을. 오, 하나님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아아. 제발 죽지 마라 똥개야. 게바… 죽지 마… 게바야, 죽지 마라.

음향 : 십자가가 세워지는 소리 '끼이익 쿵'

얼어붙는 베드로.

음향 : 손과 발에 못이 박히는 소리 '쾅. 쾅. 쾅. 쾅. 쾅'

코러스의 움직임으로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예수님이 보여 진다.

코러스1, 2, 3 : 못 박히는 손! 발에 박히는 못! 십자가에 못 박아! 십자가에! 신성 모독! 유대인의 왕! 자신부터 구원해보라고 해!십자가에 매달린 죄인! 흔치않은 구경거리! 십자가의 죽음!

음악 흐르며 어두운 새벽녘으로 조명이 바뀐다.

<노래 #4 : 메시아라면 reprise I> (코러스 다 같이 허밍)

코러스5 :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켰도다.

양 쪽 등, 퇴장하는 곳에서 코러스들의 손들이 나와서 다음 코러스4와 코러스3의 독백에 움직임으로 이미지를 더한다.

코러스4 : 날카로운 채찍이 그 분의 살을 뜯어냈어요. 두꺼운 밧줄이 그분의 손목을 파고들었어요. 그분의 주먹은 고통으로 떨리고 있었어요. 그분의 숨소리는 약하고 곧 끊어질 것 같았어요. 그분은 피투성이 죄인이었고 버림받은 하늘의 왕이었고 죄 없이 죽은 어린양이었어요. 그분은 십자가에 매달린 나의 주님. 그리고 그분에게 로마병사(코러스3 등장) 한 명이 다가왔어요. 그는 잘 펴지지 않는 주님의 손을 억지로 펴게 해서 손바닥에 녹슨 못을 대고 망치질을 시작했습니다.

코러스3 : 좀 아파하고 피하면 나았을 텐데 그 당당함 때문에 우리들이 더 심하게 때릴 수밖에 없었어. 너무 묵묵하게 맞으니까 열 받잖아. 때렸을 때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서로 누가 더 아프게 때리는지 경쟁이라도 하듯이 때리기 시작했다니까. 손바닥으로 뺨을 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등을 걷어차고 어디든 가리지 않고 말이야. 참 지독하게 잘 맞더군. 나중에는 자존심을 뭉개고 싶어서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로 모욕을 줬어. 암만 때려도 맞는 걸 겁내질 않으니 기분이 나빴다고. 그리고 (사이) 마음속에 이상한 두려움이 꾸역꾸역 자라고 있었단 말이야.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무서웠다고. 그래서 더 발악하듯 그를 짓밟아댔어. 그가 하늘을 향해 소리치고 영혼이 떠나던 순간, 우리는 우리의 공포가 상상 속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어. 난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어. 그가 옳았어. 난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거야.

베드로 : 안 돼! 그러면 안 돼! 하지 마! 십자가라니! 주님께 십자가라니! (칼 빼들고) 그분께 손대지 마! 그 못을 저리 치워라! 아아! (몸부림치며) 제발! 그러다 그분이 죽는다고! 죽는단 말이야!

코러스3, 4 : 그분은 마지막까지 우릴 위해 기도했어. 그분은 하나님의 아들, 우리가 간절히 기다린 메시아였던거야.

<노래 #4 : 메시아라면 reprise II>

코러스3, 4 : 메시아라면 날 구해 줄 거야. 아무도 구할 수 없는 나지만. 누구도 구해주지 못한 나를, 내 영혼을, 그만은 구해 줄 거야.

'메시아라면' 후주에 베드로와 모든 코러스가 등장하여 예수님을 잃은 슬픔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코러스2 : (허겁지겁 달려 나오며) 그분이… 그분의 무덤이…. 무덤에… 예수님의 무덤이 비었어요!
코러스5 :주님이 부활 하셨다!

암전.

4장

조명 들어오면 무대 중앙에 베드로가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코러스들에게 치이며 슬프게 서 있다.

베드로 :주님! 어디계십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다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립니다. 그 소리가 들리는 곳마다 주님을 찾아 다녔습니다. (사이) 보고 싶어요. 대체 어디에 계십니까? (사이) 하긴. 내가 무슨 염치로. 그렇겠죠. 저 같은 거 만나고 싶지도 않으시겠죠.  바위, 게바, 베드로. 제게 그런 이름의 자격이 있습니까? 제게는 너무 큰 이름이고 감당할 수 없는 책임입니다. 저는 그냥 물고기나 잡으며 살 주제였는데 말입니다. (사이) 갈릴리로 돌아갈래요. 가서 다시 물고기나 잡으렵니다.

개, 등장한다.
개를 발견하는 베드로. 서로를 잠시 바라보는 개와 베드로.

베드로 : 게, 게바야.

사이, 베드로가 한 발 다가가면 개는 한발 뒤로 멀어진다.

베드로 : 게바야, 너 죽지 않았지? 응? 너… 살아 있는 거지?
게바 : (슬프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베드로 : 야, 게바야. (다가가며) 미안해.
게바 : (뒤로 돌아 퇴장하려다가 베드로를 바라본다.)
베드로 : 야, 게바야, 어딜 가냐? 응? 가지 마.
게바 : (다시 퇴장하려다가 베드로를 바라본다.)
베드로 :따라 오라고?
게바 : (생각에 잠겨 베드로를 잠시 바라보다가 퇴장한다.)
베드로 : 게바야… (따라가며) 어디 가, 어딜 가는 거야….

게바와 베드로 퇴장한다.
블루 조명으로 바다 느낌이 나는 무대가 된다. 갈매기 소리, 파도 소리가 들린다.
아까 퇴장했던 곳의 반대 방향에서 숨도 가쁘지 않은 개를 따라서 완전히 지친 베드로가 기다시피 등장한다.

베드로 : 게, 게바야, 어디까지 가냐. 어디까지….

개는 무대 중앙을 조금 벗어나서 베드로를 기다리다가 베드로가 거의 가까이 왔을 때 쏜살같이 달려서 퇴장한다.

베드로 : 가지 마! 게바! 가지 마!

사이.

베드로 : (주저앉으며) 아, 난 더는 못 가겠다. 지쳤어. 못 가겠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너무 지쳤어. 목도 마르고. 너무 힘들어. (둘러보다가 곧 어디인지 눈치 채고) …여기는… (예수님 실루엣, 코러스1, 2, 3 등장) 갈릴리 바다잖아.

<노래 #5 : 갈릴리 바닷가에서>

코러스1, 2, 3 : 갈릴리 바닷가에서
베드로 : (기뻐서) 주님.
코러스1, 2, 3 : 주님은 시몬에게 물으셨네.
베드로 : 주님, 절 만나러 오셨군요.
예수님 실루엣 : 사랑하는 시몬아 넌 날 사랑하느냐
베드로 : 네, 주님 그렇습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코러스3 : 내 어린양을 먹이라.
예수님 실루엣 : 사랑하는 시몬아 넌 날 사랑하느냐
베드로 : 주님 그렇습니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것을 주께서 아십니다.
코러스1 : 내 양을 치라.
예수님 실루엣 : 사랑하는 시몬아 넌 날 사랑하느냐
베드로 : 주님 절 그만 괴롭히십시오. 내가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을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
코러스2 : 내 양을 먹여라.
예수님 실루엣 : 내가 너에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니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너의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사이.

베드로 : 예,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 했어요. 세 번이나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한다는 건 아시잖아요. 왜 세 번이나 물어보시는 거예요. 세 번이나요. 사랑해요. 사랑 합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 한다고요!

사이, 무언가를 깨닫는 베드로.

베드로 : 아…. 흑 (울음이 터진다.) 제가 세 번 부인했으니까요? 그걸 닦아 주시는 겁니까? 네, (눈물을 닦고) 네, 주님. 저는 나면서부터 죄인이었고 주님께 구원 받지 못하였으면 이미 죽었어야 할 목숨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죄를 닦아주신 이 목숨, 주님의 양을 치는데 쓰겠습니다. 주님의 양을 먹이고 주님의 양을 치겠습니다. (허리춤의 칼집을 푼다.) 지금까지는 제가 살고 싶은 바대로 살았으나 (칼을 버린다.) 이 순간부터는 주님의 이끄심을 따라 살겠습니다. 이끄소서. 이제 두렵지 않나이다.

암전.
바람소리, 조명 밝아지면 코러스들이 움직임으로 2장보다 더욱 고통 받는 세상 사람들을 보여준다.
베드로가 멀리에서 그들을 위해 온 힘을 다 해 기도하고 있다.

코러스3 : 이상한 추위야. 4월의, 차갑고 불길한.
코러스5 : 봄, 뼈 속까지 얼어붙는 4월의 봄.
코러스4 : 생명이 있는 호흡들은 모두 검게 얼어붙고.
코러스1 : 누구도 왜 추운지 이야기하지 않아.
다같이 : 죄.
코러스2 : 머리가 쭈뼛 서는 건 날이 추워서가 아니야.
다같이 : 죄의 올가미
코러스4 : 벗어나고 싶어
코러스1, 3 : 누가 나 좀 구해줘.
다같이 : 누가.
코러스2 : 누가 우릴 구해 줄 수 있겠어.
다같이 : 누가
코러스1 : 누가 우리 죄를 씻을 수 있겠어.
다같이 : 누가
베드로 :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얻으리라.
코러스4 : 잡혔다지.
코러스2 : 예수의 제자라더니.
코러스1, 3 : 예수의 제자.
베드로 : 깨어있으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우는 사자 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너희는 믿음을 굳게 하여 저를 대적하라!
코러스1 : 중풍병자를 고치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리고
코러스2 : 삼천 명을 회개시켰대.
코러스4 : 몇 명?
코러스3, 5 : 삼천 명.

코러스들이 움직임으로 점점 더 고통 받는 세상 사람들을 보여준다.

베드로 : 그리스도는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 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코러스1 : (슬프게)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코러스5 : 바위.
코러스4 : 게바.
다같이 :시몬 베드로.
코러스2 :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렸다지?
코러스1, 3 : 거꾸로?
다같이 : 말도 안 돼.
코러스2 : 선생 예수처럼 똑바로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없다고 하면서 자기를 거꾸로 매달라고 했대.

<노래 #6 : 메시아라면 reprise III>

다같이 : 구해줬다고 고침 받았다고 소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나는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나는 이대로 여기 죄의 한 가운데.

코러스들이 움직임으로 고통스런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 준다
암전.

5장

조명 인 되면
무대 위 베드로와 베드로에게 기대어 조는 개.
베드로의 양 손바닥과 양 발등에 피가 배어나온 붕대가 매어져 있다.

베드로 : 해가 졌으니 밤이군요. 밤이죠? 밤이에요. (베드로 품에 파고드는 게바) 네, 추운 밤이에요. 해가 지면 추워지는 것이 당연하지요. 해가 졌어요. 해가요? 졌어요. 있잖아요, 지난 3년간은 해가 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밤에도 추운 줄을 몰랐어요. 물론 날씨야 추웠지요. (사이) 우린 매일 밤 잠 잘 지붕을 찾아내진 못했거든요. 하지만 여기 가슴팍이 뜨듯하니 제법 괜찮았어요. 왜냐고요? (기뻐서) 왜냐고요? 주님이 (가슴에 손을 얹고) 여기 계셨기 때문에. 내가 어떤 잘못을 하던 무슨 실수를 하던 주님은 날 안아주셨고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그리고 마침내는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죄의 굴레에서 나를 해방 시켜 주셨기 때문에. 날 구원하셨기 때문에. 주님은 영원히 여기 사십니다. 누구도, 다시는, 영원히 춥지 않습니다. (객석에) 당신도! 당신도! 당신도!
개 : 왈. 왈.
베드로 : 그래. 게바 우리도!

<노래 #7 :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베드로 : 언제나 거칠고 풍랑 가득하던 내 마음.
주님 내 안에 모시고 난 후 잠잠해.
게바 : 항상 두렵고 어렵기만 하던 이 세상. 주님 내 안에 모시고 난 후 담대해.
베드로, 게바 : 단지 나 구원 받으려 내 안에 모신 주님이 이렇게 날 품으시네. 큰 은혜 어찌 갚으리.

코러스 등장.

다함께 :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무엇도 두렵지 않네.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나 새롭게 태어나리.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이전의 나는 없어지리.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나 크게 쓰임 받으리. 내 안의 주님이 나를 품네

글 : 진용석

제15회 기독신춘문예 희곡 가작 수상자 진용석

 

"일반 관객을 만나는 것을 목표한 작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뽑아주셔서 감사"

   
 
'게바'는 세미뮤지컬 형식으로 썼기 때문에 통상적인 희곡과는 궤를 달리 한다고 보여질 수 있고, 때문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작이라는 상을 주셔서 부족한 작가에게 지면을 허락해주신 심사위원님과 기독신춘문예 관계자 분들, 그리고 누구보다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게바'는 일반 관객을 만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썼습니다. 크리스찬인 극작가가 우리끼리 '아멘'하고 우리끼리 감동받는 그런 선 안에 안주하는 성극을 쓰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직무유기 아닙니까. 네, 그래서 말씀 가지고 열방을 향해 나가보려고 썼습니다.

이번 기독신춘문예 수상을 통하여 '게바'가 무대화 될 수 있는 기회나 다양한 교회에서 많은 성도님을 만날 수 있는 은혜가 허락된다면 아직은 거칠고 열정만 가득한 작가가 부족한 펜을 꺾지 않고 더 높게 쓰임받기 위해 정진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온 마음으로 저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나의 아내 임빛나에게 아주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 진용석
-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졸업
-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극작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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