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가치와 땅의 가치

돈의 가치와 땅의 가치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12월 27일(금) 15:58
프라미스드 랜드(구스 반 산트, 드라마, 12세, 2013)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무엇보다 '투 다이 포'(1995), '굿 윌 헌팅'(1998)과 '엘리펀트'(2003)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의미 이해에 결정적인 장면을 영화의 마지막에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그렇게 연출했고, '프라미스드 랜드' 역시 예외는 아니다. 
 
'프라미스드 랜드'는 환경 영화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던 과거라면 모르겠고 또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돈의 논리가 지배적이어서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다소 식상한 결론을 예상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의 이야기를 전혀 과장됨이 없이 정면 돌파한다. 게다가 오직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드러나는 심리 묘사만으로 주제의 실마리를 하나둘씩 풀어나가는데, 그 솜씨가 대단하다.
 
먼저 이런 질문을 생각해보자. 만일 내가 딛고 서 있는 땅 밑에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어서 하루아침에 나를 백만장자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면 난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내가 스스로 노력하여 발견한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바로 그 자리가 돈방석이었다면, 그야말로 횡재한 것이다. 로또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결코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영화는 이와 같은 인간의 기본 정서를 바탕으로 전개한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질문을 제기한다. 모두가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사는 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과연 돈의 힘을 압도할 만한 논리는 무엇인가? 한 두 사람의 반대 의견이나 영향력 있는 논리로는 결코 상대할 수 없는 거대한 기업인 경우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싸움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전개되는 영화 속 논란은 돈과 땅의 가치를 두고 전개된다. 아니 땅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부각시키기보다는 돈을 추구하는 인간의 폭력적이고 탐욕적인 속성을 폭로하면서 돈의 논리를 반박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힘을 극복할 논리는 사실상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수많은 석학들이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폐해를 지적해도 쉽게 무너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천하무적이다. MB 정권 역시 강 주변의 환경이 주는 유익보다 4대강 개발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논리로 국민들을 설득하였다.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극으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일로 드러났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적인 현실이 아쉽고, 또 파괴된 환경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대한민국 현실을 생각해볼 때, 주민들이 돈보다 땅의 가치를 선택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은 현실적으로 다소 멀게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먼저 주목해야 할 일은, 앞서 잠시 언급하였듯이, 주민들이 개발을 포기한 이유(영화는 표결 결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충분히 그렇게 추측된다)가 그들이 땅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벌이는 가스 회사의 탐욕적인 계략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것은 돈의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의 진면목이자 또한 돈의 속성이었다. 이것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파견된 스티브 자신의 고백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회사가 사업의 성공을 위해 어떤 탐욕적인 계략을 갖고 선량한 주민들에게 접근해 오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스티브는 비로소 회사와 돈의 실체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주민 투표 전에 이뤄진, 일종의 양심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고백은, 땅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면서 또한 마을 주민들이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돈의 논리를 극복할 수 없다면, 돈의 속성과 돈을 추구하는 사회의 실체를 바로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쯤해서 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대사회에서 농장, 곧 개발 이전의 땅은 스티브에게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에게 땅은 생명의 터전이면서 또한 자손 대대로 살아갈 터전이다. 이것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충분히 읽어볼 수 있는 것이다. 땅은 비록 기대한 만큼 풍성하게 돌려주진 않으나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삶이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돈의 힘이 아무리 압도적이고 또 그 필요성이 간절하다 해도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바로 땅에 있다. 땅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땅의 가치가 보존될 뿐만 아니라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터전이 될 수 있게 가꾸도록 하는 것은 인간이 할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나님은 인간에게 복을 주셨기 때문이다. 돈의 논리에 사로잡혀 환경을 마구잡이로 개발하는 것은 청지기로 부름을 받은 입장에서나 미래 세대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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