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땅, 모리타니아

시온의 땅, 모리타니아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

권경숙 선교사
2013년 11월 29일(금) 16:41
   
▲ 권경숙 선교사가 사역하고 있는 모리타니 사막 마을

1994년 11월 27일, 마침내 나는 모리타니 이슬람 공화국으로 파송됐다. 그 순간부터 나는 권경숙이 아닌 마이클이 되었다. 만에 하나 내가 체포되어 아랍 종교법정에 서더라도 내 정체를 파악하는 걸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모리타니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시온의 땅이라는 데 한 점 의혹이 없었다. 물론 이곳에 발을 딛기 전까지 나는 모리타니라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는지조차 몰랐다.
 
모리타니를 알게 된 건 92년 5월, 훌쩍 떠난 유럽 여행에서였다. 만인의 연인인 파리는 나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어디로 갈까 지도를 들여다보던 중 북아프리카가 눈에 들어왔다. 지체하지 않고 여정을 아프리카로 바꿔버렸다. 프랑스에서 모리타니로 날아갔다. 사막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광대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넘실대는 모래는 거대한 빛무리였다. 지평선까지 온통 흰 모래가 넘실대는 것을 눈이 부셔서 감히 바라볼 수 없었다. 모든 모래 알갱이 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듯했다. 그 순간 끝이 없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사막이야말로 하나님의 끝이 없는 은혜를 펼쳐놓은 것 같았다. "하나님, 저 땅에 사람이 삽니까? 만약에 저 땅에 사람이 살면 그 생명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기도가 얼마나 계속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리타니에 도착한 며칠 동안 나는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바람이 불면 길이며 차며 건물을 붉은 회오리가 삼켜버렸다. 눈을 감지 않으면 안되었다. 눈을 떠도 시야는 흙먼지에 가려 시계는 제로였다. 갑자기 하늘이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컴컴해지더니 장대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늘에 있는 웅덩이가 쏟아진 것처럼 흙탕물이 요동쳤다. 낮에는 하얀 태양이, 밤에는 캄캄한 하늘에 별이 손에 잡힐 듯 떠 있었다. 사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혹시 이 풍경이 태초의 풍경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떤 도시에서도 얻지 못한 경외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모리타니 수도에 하나 밖에 없는 호텔에 물이 나오지 않는 데도 불편한 줄 몰랐다. 씻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화장실도 갈 수 없었는데도 말이다. 호텔 직원들은 나에게 아침 점심 저녁으로 똑같은 바게뜨빵을 주었다. 그마저도 씹을 때마다 모래가 씹혀 반도 채 못 먹었다. 50도를 오르내리는 대기는 가만히 서 있어도 숨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평소와 달리 힘이 남아 돌았다.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검고 큰 눈만 빼꼼 내민 사람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남자든 여자든 모두 키가 커 나는 그들의 허리께나 가슴께밖에 오지 않았다. 모두들 흰 천으로 온몸을 감싼 채 마치 장막처럼 내 앞을 막아서곤 했다. 하나님은 갑자기 내 눈앞에 환상을 보여주었다. 작열하는 흰 사막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하는 모습이었다. '사막에 핀 백합화여'라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야말로 내게 주는 말씀이 아니었을까. "할렐루야! 주님이 쓰시는 대로 이곳에서 복음을 전파하겠습니다. 아멘." 마음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모리타니 이슬람 공화국. 주님이 지었으나 주님의 말씀이 들어가지 않은 이방의 땅에서 받은 축복이었다.
 
본교단 파송 모리타니 권경숙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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