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 신앙의 이중성

사이비 - 신앙의 이중성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11월 28일(목) 13:19
사이비(연상호, 애니/스릴러, 청소년관람불가, 2013)
 
영화 '사이비'의 영문 제목의 뜻은 '사기꾼'에 가깝지만, '사이비'란 한글 제목을 사용했다. 내용이 기독교 사이비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적인 가치를 드러내기보다는 종교 비판적이면서 또한 사회고발적인 측면이 많다. 구체적으로는 교회의 잘못된 관행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게 하고 또 기독교를 중심 소재로 삼으면서 인간의 종교적 본성의 이중성을 폭로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수몰 예정 지역인 농촌의 한 마을이다. 마을 주민들의 상당수는 이미 보상금을 받았음에도 여러 이유 때문에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다. 사기 혐의로 수배중인 자칭 장로 최경석은 이곳에 교회를 세우고 성철우 목사를 청빙한다. 주민들이 수령한 보상금을 노린 계획이었을 뿐 기독교 신앙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공동체를 조성한다는 명목을 내세운다. 그가 택한 방식은 이미 사이비단체가 시행했던 전형적인 사기행각들이다. 먼저 치유사역을 통해 성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후에 그들에게 천국의 소망과 제한된 수의 구원을 강조하면서 천국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으로 헌금을 강요하여 돈을 빼내는 것이다.
 
이즈음에 동네에서 유명한 난봉꾼 김민철이 마을로 들어온다. 딸이 직장 다니며 틈틈이 마련한 대학 등록금까지도 모조리 노름으로 날릴 정도로 무책임한 가장이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최경석이 수배된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말했으나 경찰이나 마을 사람들은 도무지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인데, 난봉꾼으로 소문난 그의 말이 처음부터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최경석과 성 목사는 이미 마을 사람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며, 사기라고 보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교회로부터 위로를 받고 있었고 또 천국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에는 생기가 돌았고, 일부는 개과천선하였으며, 실제로 병이 나았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게다가 수배전단을 본 마을 사람들은 애써 그가 최경석임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최경석은 김민철을 제거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성 목사 역시 장로의 본색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러나 최경석은 성 목사가 이전 목회지에서 여고생 자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빌미로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든다. 비록 사실은 아니라 해도 그 사건을 일종의 트라우마로 갖고 있던 성 목사는 목회 경력에 치명적인 흠이 사람들에게 폭로되지 않기 위해 최경석의 사기극을 지켜볼 뿐이다. 김민철의 막무가내의 태도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사지만, 오히려 최경석 일당의 사기극을 끝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지막 부분에 반전으로 사용된 성 목사의 급격한 태도 변화는 이해하기 어려워도,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는 신을 믿지 않았던 난봉꾼 김민철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난다. 자신 때문에 자살을 했던 딸에 대한 속죄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 역시 사람들과 딸의 태도에서 볼 수 있었던 내세에 대한 소망 혹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는 무엇보다 기독교에서 아직도 이런 사기 행각이 먹히는 현실을 떠올리면서 답답한 마음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또한 영화가 말하려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먼저는 수몰예정지역 마을 사람들의 보상금을 빼내려는 사기 행각에서 감독은 왜 하필 교회를 소재로 사용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경찰이 수배전단을 보여주었을 때, 그가 최경석임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음에도 마을 사람들이 부정한 사실이 궁금했다다. 왜 그랬을까?
 
첫째, 감독은 인간이 본성적으로 종교적이라는 사실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은 초월자의 존재를 믿건 믿지 않건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하고 또한 지금보다 더욱 행복해지길 바라며 그것을 얻기 위해 비합리적인 것에 의지하는 태도를 보인다. 비록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인간에게 있는 종교적인 본성의 일면임은 분명하다. 영화는 이런 본성을 이용하여 신앙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작용하는지를 보여주었다.
 
둘째, 사기꾼 최경석을 수배전단지에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애써 부정한 사실은 인지부조화론으로 설명된다. 이는 레온 페스팅거의 이론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고 또 말했던 것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을 때에도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합리화하면서 견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속할 뿐만 아니라 더욱 강력해진다.
 
이를 통해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가? 인간의 종교적인 본성의 맹목적인 성격과 그것이 갖고 있는 이중성이다. 이것은 김민철과 성도들을 대조적으로 볼 경우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누가 나쁜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분명히 소문난 난봉꾼인 김민철이 나쁜 사람이다. 그러나 신앙의 이름으로 왜곡되는 진실을 보고도 침묵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위까지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결코 옳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이중성이란 종교라는 양의 탈을 쓰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노력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최경석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의 계획에 아무 저항하지 않고 따르는 성 목사, 그리고 최경석의 사기 행각을 알고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침묵하는 성도들에게서 나타난다.
 
이것들이 사이비 단체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많은 교회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심히 안타깝고 우려할 일이다. 잘못된 신앙은 사이비를 낳게 하고 또 목회자에 대한 성도들의 무분별한 태도가 신격화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지만, 더욱 중요한 원인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신학에 있다. 신학이 교회의 눈치를 보는 가운데 혹은 기독교내에서 일어나는 파열음을 피하기 위해 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침묵한다면 공범이 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믿음과 삶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하는 체계로서 신학을 바로 세워야 할 이유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길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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