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을 위하여

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을 위하여

[ 논단 ] 주간논단

김경인 목사
2013년 11월 13일(수) 09:58

큰 기대와 함께 개최된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가 막을 내렸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개최지로 부산이 결정됐을 당시의 설레임을 기억한다. 준비 과정에서 겪은 진통이 아슴푸레 기억의 저편에 있을 만큼 총회 자체는 성공적으로 치러졌다고 본다. 그러나 한 가지, 이번에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자리를 놓고 논쟁과 다툼이 있었고,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교회의 에큐메니칼 지도력이 어떻게 키워져야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에큐메니칼 지도력을 키우려면 다음 세가지를 충실히 실행해야할 것이다. 첫번째는 신학자들의 에큐메니칼 입장이 보다 분명해져야할 것이다. 특정 교단이나 교회의 눈치를 살피고 몸을 사려서는 에큐메니칼 신학이 지역 교회들에 뿌리내리게 할 수 없다. 종교개혁자의 용기를 가지고 목숨을 내건 신학적 연구와 발표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를 지탱하고 있는 에큐메니칼 신학의 주제들에 대한 반성과 연구는 에큐메니칼 지도력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질적으로 우수한 에큐메니칼 실무자들을 양성해야한다. 그동안 본 교단은 여러 훌륭한 에큐메니칼 실무자들을 배출해냈다. 그러나 해외 기관에서의 경험 못지않게 지역 교회의 목회 경험과 교단에 대한 이해도 중요함을 기억해야 한다. 필자는 에큐메니칼 실무자들이 우리 교단의 교회 및 목회자들과도 좀 더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다음세대를 교단적 지원 하에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양성해 내기를 소망한다. 혹시라도 에큐메니칼 실무자들이 지나치게 국내 에큐메니칼 운동을 등한시 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교단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에큐메니칼 기관의 대표자를 잘 선출하는 일이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체인 여성, 청년, 평신도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잠재력있는 지도력을 양성하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필자가 만난 세계교회 관계자들은 한국에선 왜 남성 목사, 그것도 힘 있는 교회 목회자가 대표가 돼야하는지를 묻는다. 에큐메니칼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청년, 젊은 평신도 여성이 대표가 되면 안 되는 이유를 궁금해 한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유는 있다. 여성 청년이나 여성 평신도는 교단 안팎에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기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이 그렇다면 재력 있는 교회나 훌륭하고 경험 많은 목회자가 대표로 선출된 청년과 여성의 후원자와 멘토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성별과 연륜에 얽매이지 않고 아시아와 세계교회의 흐름과 요청에 맞는 사람을 대표로 선출하고 적극 협력하여 성장시키는 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WCC 제10차 부산 총회는 끝났다.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컸던 만큼, 도전과 과제도 많이 얻게 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에큐메니칼 신학, 헌신, 참여가 바른 궤도를 달려갈 때 한국교회는 희망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모두가 힘을 합해서, 서로에게 양보하면서 감당해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좀 더 성숙하여져서 한마음으로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김경인 목사/CWM 부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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