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레싱 - 막을 수 없는 꿈 향한 열정

노브레싱 - 막을 수 없는 꿈 향한 열정

[ 말씀&MOVIE ] 말씀&MOVIE

최성수 목사
2013년 11월 06일(수) 09:44

노브레싱(조용선, 드라마, 15세, 2013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상처 조명
경쟁보다 주인공 내면의 성장 과정에 무게

흙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하나님이 그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주심으로써 비로소 생령, 곧 생명이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하나님의 호흡이 사람의 호흡이 되면서 비로소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으니, 사람은 호흡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을 호흡한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은혜이다.
 
호흡은 사람의 생사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이다. 호흡하는 것은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 공급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어서 생명활동이 정상적인 한 결코 멈추지 않는다. 숨을 멈추면, 호흡하기를 멈추는 것이고,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뇌 활동에 장애가 생겨 치명적인 뇌손상으로 이어지며, 호흡이 멈춘 상태로 일정 시간 이상이 지나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호흡하는 자는 생명이 있는 자이고 생명이 없는 자는 호흡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호흡이며 생명이니 사람의 생명과 하나님의 생명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제목에 사용된 '노브레싱(No Breathing, 원래 발음은 '노브리딩'이 되어야 할 것이다)'은 수영 용어로 수영을 할 때 호흡을 하지 않고 젖산 에너지 시스템에 의존하여 역영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얼굴을 수면에 댄 채로 헤엄칠 때 가장 빠른 속력이 생기기 때문에 경기 처음, 또는 최후에 전속력을 내고자 할 때에 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물속에서 장시간 호흡을 멈출 경우 오랜 시간 잠수하는 것과 같아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것은 죽을 각오를 하고 곡식을 끊으면서 기도하는 금식 기도의 경우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호흡을 멈추거나 곡식을 끊는 일은 더욱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혹은 간절히 원하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열정의 표현이다. 원하는 것이 그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은 생명 활동에 역행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간절함을 표현한다. 이런 맥락에서 '노브레싱'은 단지 수영 용어의 외연을 넘어 인간의 열정을 함축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 박태환 선수가 마지막 50미터를 남겨두고 노브레싱을 사용했다는 것에 착안하여 만들었다는 영화 '노브레싱'은 사실 웹툰 작가 타파리(오혜민)의 만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청춘 남녀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 10대의 꿈과 좌절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길을 발견하기까지 겪는 아픔들을 수영을 매개로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의 원숙한 연기와 영화 속에 삽입된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수영을 처음으로 영화의 소재로 다루면서 돋보이는 연출력 등 주목할 것이 많지만, 무엇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10대들이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기까지 겪는 과정들이다.
 
천재적인 수영 능력을 갖고 있어 모든 경기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원일(서인국 분)은 부모를 잃은 후 7년 동안 수영계를 떠나 잠적한다. 다니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음주로 퇴학처분을 받은 후에 반강제적으로 체육고등학교로 돌아가 수영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원일은 이곳에서 올림픽 금메달 후보였지만 폭력 행위로 국가대표자격을 상실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우상(이종석 분)을 만난다. 얼른 보기에도 두 사람은 경쟁관계로 발전할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둘 사이의 긴장관계에 집중하기보단 둘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이것은 꽤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일 경쟁관계에만 집중했다면 비교적 뻔한 스토리와 연출이 불가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면적인 성장과정을 다뤄 편한 맘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또 만족스러웠다.
 
감독은 사회적으로 비판적인 시선을 결코 놓치지 않았다. 부모의 배경에 따라 학생들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는 학교 현실, 빈부의 배경을 떠나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부모에 대해 갖는 트라우마, 정상을 향한 또래들의 치열한 경쟁, 공정해야 할 스포츠 경기마저도 경제력과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 그리고 오직 최고만을 기억하는 사회적인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어떤 고통과 상실감을 갖고 살아가는 지등을 엿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자기 숱한 고통과 번민 가운데 자기 정체성을 발견하기 위해 좌충우돌의 삶을 통과하는 청춘 남녀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영화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꿈을 향한 청춘의 열정이다. 좌절과 상실 그리고 아픔과 고통과 트라우마가 앞길을 가로막고 서있다 해도 가는 길에서 결코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열정, 그것은 청춘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열정은 그리스도인에게도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열정은 성령 안에서 주를 섬기는 힘이기 때문이다. 신앙에 열정이 없다면 혹시 성령 안에 있는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사도행전에 나와 있듯이, 겁이 많았던 제자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신앙의 열정은 성령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신앙의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주의 길을 가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신앙의 열정을 다시금 회복하는 것, 이것은 교회를 온전히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최성수 목사 / 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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