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총회에 거는 기대

WCC 총회에 거는 기대

[ NGO칼럼 ] NGO칼럼

김영철 목사
2013년 11월 04일(월) 11:02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CC 제10차 총회가 마침내 개막되었다. 세계개신교인들의 큰 잔치이자 향후 7년의 세계교회의 방향을 정립하는 중요한 모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은 한반도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라는 주제로 모이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더구나 이번 대회 주제는 생명이 죽어가는 지구적 생태 위기를 맞으며, 경제적 불평등과 테러와 분쟁으로 폭력이 멈추지 않는 이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를 목말라하는 오늘의 신앙인들의 염원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세계기독교인들의 고민과 과제를 진지하게 토의하고 나누게 되면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그리고 지구촌을 향한 '새로운 복음'을 선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함께 하는 생명평화마당에서도 'WCC 총회 준비를 위한 JPL(Justice, Peace and Life)모임'을 2년 전 만들어 WCC총회를 함께 준비해 왔다. 그동안 네 차례에 걸친 신학심포지엄을 열었는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정의의 신학(동연/2013)'이란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생명평화마당'에서는 'WCC총회 준비를 위한 신학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아주 중요하면서도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네 가지 신학적 주제(종교다원주의, 종교와 이데올르기, 소수자 선교, 성서무오설)를 가지고 토론회을 열어 한국교회 안에서 에큐메니칼 신학에 대한 공론화의 장을 마련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사태가 도리어 이후 공청회와 기도회 등을 통하여 WCC 총회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개혁과 WCC총회 준비를 위한 에큐메니칼연대'로 발전했다. 사실 물량주의 성공주의에 편승하고 근본주의적 신앙에 바탕하여 성장한 한국교회가 과연 '정의 평화 생명'을 주제로 한 WCC 총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우려를 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한국교회 안에서 에큐메니칼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진행시켜 나간다면 한국교회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는 WCC총회 준비에 대한 이러한 기대와 실망을 넘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디딤돌로 삼아 계속적인 신앙적 순례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교회는 WCC에 큰 빚을 졌다. 왜냐하면 힘든 시대에 WCC를 비롯한 세계교회가 신앙적으로 물질적으로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교단의 대표적인 노동선교단체인 영등포산업선교회도 WCC의 도움으로 지어진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필자도 WCC를 통해 에큐메니칼 신앙을 알게 되었고, WCC에서 장학금을 주어 신대원 졸업 후 10년 간의 인천에서의 민중교회 사역을 마치고 미국에서 1년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후 캐나다에서 박사학위공부와 이민목회를 하게 되었다.
 
WCC총회를 단순히 세계교회들의 축제 차원 뿐만 아니라 물량주의 성장주의를 앞세워 한국교회 생태계를 파괴하고 교회개혁을 가로막는 한국교회 전반의 개혁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교회사적으로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의 제2의 종교개혁 차원'에서 총회를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명과 평화의 하나님이 우리를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는 하나님의 나라로 인도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는 WCC총회가 되기를 바란다.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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