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가족의 친구되기

재소자 가족의 친구되기

[ NGO칼럼 ] NGO칼럼

최준영 목사
2013년 09월 25일(수) 14:07

지난 여름 필자는 필리핀 바기오 지역에 있는 기아대책의 루바스 CDP(Child Development Programㆍ어린이 개발 사업)센터에 재소자 자녀들과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필자가 사역하는 기독교세진회는 전국 51개 교도소(구치소)에 있는 재소자들을 복음으로 변화시켜 세상으로 나아오게 하는(世進) 동시에 그 가족들도 돕고 있는 단체이다.
 
그동안 재소자 자녀들을 대상으로 꿈나무캠프라는 2박3일의 국내 행사를 11회째 진행해 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소망교도소를 대상으로 해외 비전트립을 계획해 실천에 옮기게 됐다.
 
해외 봉사의 목적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씌워진 재소자 자녀라는 굴레로 인한 좌절, 상처를 치유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잘 성장하도록 돕는데 있었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보면 재소자 자녀들의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 예승이는 갑자기 찾아온 아빠와의 이별 때문에 상처와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간다.(보호자가 갑자기 수감되는 경우 자녀들은 고아원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영화에서 예승이는 아빠의 부재 속에서도 또 다른 아빠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통해 잘 자라주었고, 결국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땅에는 예승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은 많지만 영화에서처럼 호의적인 환경을 갖기는 쉽지 않다.
 
2011년 11월 모 방송의 진단 프로그램에서 재소자 자녀들의 범죄율이 일반 아이들보다 5배나 더 높다는 보도를 접하게 됐다. 더불어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냉대 때문에 방황하거나 비행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더 잘 살아나갈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희망이다.
 
이번 해외 봉사에 참가했던 준석이(가명)는 아버지가 소망교도소 재소자였다. 그는 무엇을 하고 싶거나 나중에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이 하루 하루를 살고 있었다. 해외캠프가 진행됐던 필리핀 바기오 지역은 해발 1500미터 이상되는 산악지대인데, 루바스 CDP센터를 통해서 도움받고 있는 현지 아이들이 150명 가량 됐고, 이들은 대부분 산악지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었다. 사역 3일째 되는날 산길을 헤치고 아이들의 집을 찾아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게 됐다. 하루에 한두번씩 내리는 열대 소나기를 맞으며는 미끄러운 산길을 이동하기가 힘들었지만 참가한 모든 아이들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산에 올라, 축복송을 부르며 선물을 전달했다. 그렇게 몇시간을 보낸 후 다시 센터로 돌아왔을 때 준석이가 "저도 나중에 크면 봉사단으로 어려운 지역에 와서 섬기며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준석이는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밝고 행복하게 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해외 캠프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준석이처럼 좌절을 이겨내고 삶의 비전과 꿈을 갖게 된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영화 주인공 예승이에게 전해졌던 주위의 관심과 사랑을 기억하며, 또 다른 예승이와 준석이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할 때다.

최준영 목사/기독교세진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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