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 밥 한 그릇의 행복

묵 밥 한 그릇의 행복

[ 논단 ] 주간논단

장주옥 집사
2013년 09월 24일(화) 15:40
풍요가 때로는 짐 되기도, 감사하는 삶 살아야

어느덧 들판에서 벼의 무르익음과 풍성함을 볼 수 있는 가을이다. 아침과 저녁에는 제법 선선함 바람을 느껴진다. 여름철 전력공급사정으로 에어컨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무더위와 싸워야 했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한 여름을 그렇게 보내고 이 가을 문턱에서 '묵 밥 한 그릇의 행복'에 대해 나누어 보고자 한다.

얼마 전 직장 동료와 함께 강원도 태백을 갔다. 더위로 심신이 꽤 피로한 상태에서 비교적 서울에서 먼 거리로 가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됐다. 하지만 차창 밖으로 언뜻 언뜻 보이는 가을 풍경이 이내 내 마음에 상쾌함을 불어 넣었다. 무엇보다도 입사 후 첫 근무지였던 충북 제천을 지날 때는 잠시나마 옛 생각에 젖어 추억을 그리는 즐거움마저도 누릴 수 있었다. 가는 도중에 점심때가 되어 옛 추억에 좀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조선의 6대 어린 왕 단종 임금의 비애가 어린 청령포가 있는 영월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한 식당에서 들렸다. 그곳에서 '묵 밥 한 그릇'을 시켰다. 묵 한 사발과 밥 한 그릇, 그리고 단출한 몇 가지 반찬이 전부였다. 그러나 분명 서울에서 먹는 일반 점심과는 사뭇 달랐다. 맛깔스러운 산채 나물도 그렇지만 시원스런 국물과 함께 떠있는 묵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저렴하고 소박한 점심식사에 이토록 행복감을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묵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먹는 것도 사람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행복'을 이야기 할 때 거창한 것들을 떠올리곤 한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산해진미의 값진 음식을 먹는 것, 남 보다 높은 지위, 으스대는 명예, 휘두르고 싶은 권력, 쓰고도 남음이 있는 재력 등 모두 소박한 시골밥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 채워졌을 때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좇아 바쁜 생활을 한다. 그리고 채워지지 않은 것들로 인해 늘 불만족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사실 이런 욕심은 끝이 없다. 욕심이 있는 한, 그리고 남과 비교를 하는 한 '이 정도면 됐지'하고 만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유혹에 쉽게 빠지기도 한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주위에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비위 사실을 들어보면 가진 것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욕심 많은 사람들의 부도덕함일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고 성경은 말한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마을로 파송할 때 지니고 가야할 것을 몇 가지로 제한하여 명령하셨다. 많이 가진 것이 때론 스스로에게 짐이 되며 다른 사람들을 피곤하게 할 때가 있다는 경계의 말씀이 아닐까 생각한다. 산해진미의 기름진 음식을 먹고 궁궐 같은 집에서 살지만 욕심이 가득하여 가까운 사람과도 있는 것으로 인해 다투는 것보다는 소박한 음식을 즐기며 초막에서 평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 아닐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며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행복을 누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겸 가까운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묵 밥 한 그릇' 드시면 좋을 것같다.

장주옥/할렐루야교회 안수집사ㆍ한국동서발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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