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너무 정직해도 안된다

때론 너무 정직해도 안된다

[ 홀리스피치 ] 홀리스피치

신은경
2013년 08월 27일(화) 16:13

"지혜자의 입의 말들은 은혜로우나 우매자의 입술들은 자기를 삼키나니"(전 10:12)
 
"세월 이기는 장사가 없습니다~."
 
스무 살 여릿여릿한 앵커우먼의 얼굴로 저를 기억하던 사람들이 요즘의 저를 만나면 간혹 하시는 인사말입니다. 전 갑자기 속이 좁아져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의 삼십년 전은 어땠느냐고 반문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세월 앞엔 어느 누구도 공평할 수밖에 없다는 위로와 다독임 같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여자들에게는 나이, 나이듬, 나이들어 보임, 이런 것이 참 예민하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입니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너무 곧이곧대로 말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혜롭지 못합니다. 정직하게 말해야 할 때와 말을 멈출 때를 구분해야 합니다. 듣기 좋은 말은 꼭 사실만을 거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좋게 보려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라면 어찌 지혜롭다 하지 않을까요.
 
전 요즘 날마다 밥맛이 좋아져 제동을 걸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런데 몸의 대사는 나날이 느려져 먹은 만큼 소비를 해 내지 못합니다. 남편과 마주앉아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달게 먹는 제가 좀 민망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나 그만 먹어야 하는데 … 살 빼야 하는데 … 왜 이렇게 맛있지?"
 
그러자 남편이 말을 이었습니다.
 
"당신 살 뺄 데가 어딨어?"
 
내 얼굴에 찬바람이 돌았습니다. '어? 나를 놀려요?' 그러자 남편은 내 표정을 보고 눈치를 챘는지 확실하게 덧붙입니다. "남편 보필하랴, 아이 돌보랴, 그 정도는 돼야지" 그러면서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당신 살 뺄 데가 어딨어?"
 
그런데, 그날 저는 그렇게 말해 주는 남편이 참 고마웠습니다. 저도 압니다. 살 뺄 데가 없지 않다는 사실을. 그러나 만일 남편이 "알기는 잘 알아요. 그만 먹어"라고 제게 말했다면 기분이 어떠했을까요?
 
부부는 서로에게 요상한 거울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옷가게에 가면 틀림없이 서 있는 거울. 그 집에서 팔고 있는 옷을 입고 그 앞에 서면 영락없이 맵시가 납니다.
 
듣기 좋은 말은 꼭 사실만을 거론하지는 않습니다. 과학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그런 말을 듣고 싶다는 것이고 상대를 좋게 보려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난 집 밥이 제일 맛있더라." "당신이 살 뺄 데가 어디 있어?" "당신, 볼수록 참 괜찮은 사람이야." "당신을 믿어요."
 
내 마음이 듣고 싶은 말을 잘 생각해 보고, 그런 말로 상대를 대접해 봅시다. 상대를 좋게 보려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을 상대에게 해 보는 것입니다.

신은경 / 장충단교회 권사ㆍ차의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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