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ㆍ평화가 세속적 가치?

생명ㆍ평화가 세속적 가치?

[ NGO칼럼 ] NGO칼럼

김영철 목사
2013년 08월 14일(수) 10:40

필자가 함께하고 있는 '생명평화마당'은 지난 2010년 부활절에 '생명과 평화를 여는 2010년 한국 그리스도인 선언'을 발표하면서 발족된 에큐메니칼 모임이다. 이 선언은 복음의 핵심이요 이 시대의 화두라 할 '생명과 평화'가 무한경쟁, 사회적 양극화, 남북한의 갈등과 대립으로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으며, 죽음의 세력이 한반도를 비롯하여 전 지구와 우주의 생명질서를 파괴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백적 신앙고백(Status Confessionis)이었다. 더구나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평화의 그리스도를 고백하고 따라야 할 오늘날의 교회가 물량주의와 세속주의에 빠져 복음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돌들의 소리'로 외쳐진 것이라 하겠다. 생명평화마당은 구체적으로 생명평화기독교운동을 제창하고, 생명평화의 신학을 정립하고, 생명평화의 교회를 세워나가며, 생명평화의 선교를 실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신학위원회, 교회위원회, 사회위원회를 두고 월례생명평화포럼과 신학심포지엄, 작고 대안적인 교회들의 목회적 나눔과 연대, 사회선교네트워크와 연대와 같은 사업과 활동들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교인과 대화하면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생명평화마당의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하던 중에 대뜸 "생명, 평화는 세속적인 가치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처음에는 하도 엉뚱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이 의아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그 교인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동안 그 교인을 비롯한 한국교회 교인들 대부분이 구원과 축복, 전도와 봉사에 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생명과 평화에 대해서는 설교나 성경공부를 통해서 별로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신앙의 사사화(私事化ㆍprivatization)와도 연관되는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무한경쟁사회에서 축복을 받아 잘 살 수 있는가, 나 자신이 주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등등 개인적 차원의 신앙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 세상 속에서 이루어야 할 정의, 평화, 생명에 관해서는 마치 신앙과는 관계없는 일처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3개월 뒤에는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열린다. 세계교회의 축제이자 시대적 이정표를 세우는 이번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이다. 이 대회를 주도적으로 준비할 한국교회는 이제 생명과 정의와 평화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세우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속도위반의 성장'(이를 경이적인 성장으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성숙이 동반되지 않는 성장은 때로 위험한 것이다)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교회가 작고 의미있고 창조적인 공동체를 지향하기 보다는, 크고 대중영합적이고 고식적(姑息的)인모임으로 전락해 버렸다. 말하자면 다윗의 모델이 아닌 골리앗의 모델을 자향했다고 할까? 그런 면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떻게 하면 생명, 평화, 정의를 향해서, 신학을 새롭게 구성하고, 공동체 교회를 회복하며, 아름답고 창조적인 선교사역을 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하겠다.

김영철 목사/생명평화마당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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