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ing Game

Losing Game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8월 08일(목) 17:04

다윗이 그 마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후일에는 사울의손에 붙잡히리니 블레셋 사람들의 땅으로 피하여 들어가는 것이 좋으리로다 사울이 이스라엘 온 영토 내에서 다시 나를 찾다가 단념하리니 내가 그의 손에서 벗어나리라 하고 다윗이 일어나 함께 있는 사람 육백 명과 더불어 가드왕 마옥의 아들 아기스에게로 건너가니라 (삼상 27:1~2)
But David thought to himself, "One of these days I will be destroyed by the hand of Saul. The best thing I can do is to escape to the land of the Philistines. Then Saul will give up searching for me anywhere in Israel, and I will slip out of his hand."
So David and the six hundred men with him left and went over to Achish son of Maoch king of Gath.
 
사람들을 상대로 실험을 했습니다. 두 개의 선택을 주고 고르게 합니다. 한 쪽은 동전을 던져 어느 면이 나와도 만원을 주는 선택이고 다른 한 쪽은 앞면이 나오면 2만원,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 선택입니다. 하나는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도 아니면 모식의 결과를 내는 선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요. 물론 안정되게 만원을 받는 전자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 중 사람들은 더 좋은 선택을 택일 한 것이지요. 이런 것을 영어로 winning game이라고 합니다. 같은 실험군에게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동전의 앞 뒷면 어느 쪽이 나오든 다 만원을 잃는 선택이고 둘째는 동전의 앞면이 나오면 4만원을, 그리고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아무 것도 잃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어떻게 해도 잃게 되는 게임, 이런 경우는 losing game 이라고 불리우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뜻밖에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자, 즉 도박을 택했습니다. 더 나쁜 선택을 한 것이지요.
 
우리는 날마다 선택에 부딪치며 살아갑니다. 하버드와 캐임브리지에서 장학금을 주겠다는 식의 '좋은 것과 더 좋은 것'의 선택도 있고 '술을 마실까 운동을 할까'와 같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의 선택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 앞에서는 아무도 우리의 이성과 판단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다들 제정신인 것이지요. 모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위해 지혜롭게 판단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쁜 것과 더 나쁜 것'의 선택 앞에서의 인간입니다. 사실 우리가 맞딱뜨리는 선택 중 적지 않은 수의 경우가 바로 위에서 말한 losing game인데 우리는 이런 선택 앞에서는 유독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기도하기를 팽개칩니다. '귀가 시간이 늦어서 혼날 것 같은데 지금 들어가서 혼나던지 아니면 아예 아침에 들어가는 것'이라던가, '배고파 못참겠는데 밤에 라면을 먹고 자던지 아니면 라면에 밥까지 말아먹고 자던지' 흑은 '시험공부 할 시간이 부족한데 조금 공부하고 C를 받던지 아니면 그 시간마저 놀아버리던지' 등 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잘 되고 못 되고를 결정하는 것은 '좋은 선택과 더 좋은 선택'을 분별하는 사건, 즉 winning game의 사건이 아니라 '나쁜 선택과 더 나쁜 선택' 밖에 없을 때 정신을 차리고 덜 나쁜 쪽을 선택하는 losing game에서의 처신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오늘 다윗은 losing game에 처했습니다. 좁은 이스라엘 땅덩어리에서 사울왕의 포위망은 점점 조여들어와 그대로 있으면 붙잡혀 죽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나쁜 선택입니다. 다른 선택이 있다면 이제까지 자신이 대항하여 싸우던 적국인 블레셋으로 넘어가 투항하는 것인데 그것은 이스라엘인으로서의 자존심을 꺾이고 이방인들에게 모욕을 당할 수도 있는 선택일 뿐 아니라 생명을 보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나쁜 선택이었습니다. 진퇴양난의 나쁜 선택들 앞에서 다윗을 어떻게 했을까요.
 
그는 담담히 '덜 나쁜 선택'을 택합니다. 그는 굴욕을 각오하고 적국으로 넘어가 생명을 연장하며 후일을 도모하기로 결정하고 오랜기간 적국왕의 용병으로 와신상담합니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사울과 싸우다 죽겠다'던가 '이미 버린 몸인데 갈 때까지 가보자'라던가의 정신을 그는 버린 것입니다. 죽을 듯 괴로운 losing game을 대하며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숙명입니다. 하지만 '나쁜 것과 더 나쁜 것' 앞에서 정신을 잃지 않는 사람만이 희망을 선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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