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의 소중함

작은 일의 소중함

[ 젊은이를 위한 팡세 ] 젊은이를위한팡세

전혜정 총장
2013년 08월 05일(월) 09:23

'세계화'라는 슬로건 아래 전세계 사람들과 장벽 없는 무한경쟁이 이뤄지면서 여유와 인정이 넘치던 우리 전통 사회가 점차 살벌하게 변화되고 있다. '좋으나 싫으나 이 무한경쟁 속에서 남보다 앞서나가야한다'는 시대의식이 모두를 억누른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거창한 도전의 성패도 좀 더 깊이 성찰해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 결정 됨을 깨닫게 된다. 즉 경쟁은 결코 크고 중대한 부분에 의해서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영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전에 미국에서 일본 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를 저렴한 가격 또는 부족한 애국심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잘못된 판단이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차를 고를 때 추상적인 애국심보다는 현실적인 실용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미국 차는 잔고장이 빈발하지만, 일본 차는 구석구석 세밀하게 마감돼 고장이 적다는 것이었다. 양국 무역 불균형의 큰 차이도 근본적인 원인은 작은 일에 대한 꼼꼼함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때로는 별 볼일 없다고 여겨지는 사소한 일들이 구매자들에게는 훨씬 더 중요할 수가 있어, 이처럼 거대한 수출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크고 화려해 보이는 일,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드는 일에 대해서는 너도 나도 관심을 갖지만,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수거해가는 환경미화원, 귀중한 소식을 전해주는 우편집배원 등 별로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삶에 큰 도움을 주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잊고 지내는 것 아닐까? 건강해서 모든 것이 원활할 때는 몸에서 일어나는 기초적 신진대사에 무관심하지만, 병이 들면 이 사소한 것들이 가장 귀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사회를 좀 더 깊이 살펴보면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일들이 비록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 인생도 크고 화려한 일이나 세인들의 공통 관심사가 된 몰개성적인 일보다는 열정을 쏟아붓는 작고 사소한 영역을 통해 '개성적인 삶'으로 연출되는 것 아닐까? 그러기에 우리는 다수가 욕심내는 화려한 직업이나 일의 추구에서 발생될지도 모르는 몰개성적 삶을 살기보다는 작고 사소해 보이는 것에 열과 성을 다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삶에서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의 기초는 견고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소소한 일의 정성스런 마무리를 통해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작고 소중한 행복'을 회복하는 일이 진정한 삶의 기초라 여겨진다. 그리하여 모두가 진정한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된 고질적 병폐들은 근본적으로 말끔히 치유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야 출세와 부귀영화의 추구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의 허황된 병적 심리가 치유되어 사회 전반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전혜정 총장/서울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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