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여 혜화(惠化)하라!

대학로여 혜화(惠化)하라!

[ 대학로 행전 ] 대학로행전

오동섭 목사
2013년 07월 12일(금) 11:18

   
▲ 필자가 그린 '내려가는 길을 만드시는 건축가, 예수'
개척을 결정한 후 좀 더 집중적으로 가정예배를 드리며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목회방향에 맞는 교회 이름과 로고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별다른 고민 없이 '미와십자가교회'라고 짓게 되었다. 신대원 시절, 문화예술과 선교에 관한 서적을 출판하기 위한 문서선교의 비전을 품고 출판사명을 지어놓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미와 십자가'였다.
 
20여 년 전 마음에 두었던 이름이 개척교회의 이름이 되다니 참으로 하나님의 오묘하신 뜻이라 여겨졌다. 교회의 로고는 미와십자가 교회의 영어이름 'Beauty and Cross Church'의 이니셜 'BCC'로 기본 디자인을 구성했다.(그림참조) 첫 번째 'B'는 'Beauty'로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뜻한다. 두 번째 'C'는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Christ'와 'Cross'를 뜻하며 세 번째 'C'는 교회가 처한 상황인 세상, 도시, 세속문화로서 'Context'를 뜻한다.
 
특히 로고 전체를 둘러싼 사각형 테두리는 창문(window)을 뜻하며 중앙에 보이는 창틀은 십자가를 상징한다. '하나님의 영광과 아름다움을 문화와 예술에 담아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이 세상과 도시 가운데 증거하는 교회'라는 의미를 표현한 것이다.
 
다음은 개척을 시작할 지역을 정해야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는 문화의 중심인 대학로에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로는 예전부터 가르침을 숭배한다는 '숭교방(崇敎坊)'이라는 이름으로 명륜동과 혜화동 일대에 학문의 터를 굳혀왔다. 그러한 학문의 거리가 현대로 넘어오면서 자유와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운동의 거리로 변화되었고 1985년 이후에는 문화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특히 90년대로 들어서며 정치운동의 쇠퇴와 세계화, 거리환경 개선사업과 더불어 대학로는 소극장과 문화예술단체가 늘어나면서 상업공연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변화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천 년대에 들어서며 대학로에 또 다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과거 순수함과 낭만보다는 문화의 상업화로 인해 옛 숭교방에서 시작된 학문의 거리는 이제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학문과 상업이 얽혀있는 거리로 변화되었다. 내가 새로운 사역을 시작할 지역은 이렇게 독특한 문화를 지닌 대학로였다. 그래서 '대학로'라는 타문화권에 파송된 선교사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사역하게 되었다. 즉 대학로의 독특한 문화에서 문화와 예술을 통해 복음으로 소통하기 위해 파송된 도시선교사로, 미와십자가교회는 이 지역에 파송된 선교공동체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2011년 6월 말, 이제 주일 예배를 드릴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서울여자대학교 대학로 캠퍼스가 6월에 개관했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캠퍼스 관계자를 만나 이런저런 사정을 나눈 후 비록 유료대관이지만 주일 3시간 동안 빈 강의실 사용을 허락받게 되었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께서 예배처소를 이미 준비해 두신 것이다.
 
하나님이 시작하실 일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학로 거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계단을 올라가다가 '혜화'의 한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은혜 은 惠. 변화할 화(化). 그렇다! '은혜로 변화되는 거리!' 마음에 확고한 소망이 일어났다. 하나님의 은혜로 변화되는 거리! 학문과 정치, 상업과 세속의 거리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새롭게 변화될 거리. 이 거리에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에게 진실로 예수의 복음 안에서 은혜로 변화하는 '혜화'가 이루어지며, 하나님이 행하실 길을 보게 되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하나님이 만드실 새로운 길, 그 길을 향해 믿음으로 선포해 본다. '대학로여 '혜화(惠化)'하라!'
 
오동섭 목사 / 미와십자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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