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재중교포를 향한 사랑'

'그리스도인, 재중교포를 향한 사랑'

[ 논단 ] 주간논단

서희돈 장로
2013년 07월 03일(수) 14:35

대학에 몸담아 평생을 학문연구에 몰두해오다 어느덧 정년을 맞이하여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를 생각하다, 중국 연길시에 있는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조선족 학생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여름방학마다 그곳에 가서 학생들에게 전공과목 강의를 하며, 그들에게 한국민족의 정체성과 역사의식을 가르치게 되었다. 그 대학에 가서 만난 여러 사람들을 통해 우리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역사와 사랑을 다시 한 번 체험하게 되었다.
 
'조선족(재중교포)'이란 중국 동북지방의 요녕, 길림, 흑룡강성 등 삼성(三省)과 그 밖의 중국 땅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는 한민족(韓民族)혈통을 지닌 중국 국적의 주민들이다. 조선족이라고 하는 말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을 일컬을 때 부르는 말이므로 우리는 '재중교포'라 불러야 옳다고 생각한다. 한 때 일본인들이 재일교포를 비하하여 '조쎈징'이라 부렸던 것을 연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동북 삼성에는 그 옛날 발해대국을 새워 중국 중원을 지배한 우리의 조상들의 후예들도 있지만 일본 강점기간(36년간) 동안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거나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한 우리 선조들의 후예가 대부분이다. 당시 칠팔십만 여명의 우리민족이 이동한 것이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은 그들의 2~3대 후예들인 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지역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통일의 전초기지가 되고, 이들이 민족화합과 통일의 선봉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MB정부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삼팔선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고, 남북 간에 대화가 단절 되어있지만 압록강과 두만강을 통한 교역과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개방한 나선(나진과 선봉)지역이나 신의주와 단동지역에 수많은 재중교포 중국인들이 교역을 하고 있다. 내가 그 곳에 있는 동안 함경도 일대의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주민이나 결핵과 같은 만성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주민을 돌보기 위해 한국의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두 세 번씩 도문과 훈춘을 통해 드나드는 재중교포 중국인을 만났다. 그래서 남북통일은 삼팔선에서가 아니라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먼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창세기 말씀에 이스라엘 민족을 기근에서 구하기 위해 요셉을 미리 애굽으로 보내신 하나님께서 남과 북으로 갈라진 우리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해 일백여년 전에 중국동북지역에 우리민족을 이동시켜주었다고 믿고 싶다.
 
그곳에서 강의하는 4주 동안 하루의 강의를 마치고 나면 학생들을 3~4명씩 조를 나누어 윤번제로 차나 식사를 함께하며 강의실에서 하지 못하는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이스라엘 역사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내가 만난 하나님과 나를 인도하신 예수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간증을 하기도 하며 그들의 꿈과 비전이며 가정생활에 대한 얘기를 듣기도 한다. 깜짝 놀라고 안타까운 얘기는 대부분 학생들이 그들의 가정에 부모가 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 부모 중 어느 한쪽이나 모두가 한국이나 타 지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할머니나 친척에게 맡겨져 자라났고, 지금도 고아 아닌 고아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이들은 잘 자라 이 대학에 들어왔지만, 오랜 세월동안 어머니와 아버지가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가정이 파탄되고, 자녀들이 문제아가 되어 방황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 식당에나 노동판이나 산업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족 출신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아들 딸들이 이 학생들이라 생각하니 나는 더욱 그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국인 한국 땅에 와서 일하고 있는 재중교포들을 귀하게 여겨 그들을 사랑하며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과 면담하며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 "공산당원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많다. 왜냐하면 중국에서 생활 하자면 공산당원이 되어야 공무원도 되고, 다른 직장에 가도 차별 받지 아니하고 지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와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공산당원 되기가 싶지 않다. 첫 번째 자격이 성적이 클래스에서 15%안에 들어가야 하고, 두 번째로 후보로 발탁된 후 1년 동안 학교생활에서 모범생으로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학생들에게 꼭 공산당원이 되어 한국민족의 우수성을 보이고 그 조직에 지도자가 되라고 격려해 주곤 한다. 설사 공산당원이 되지 않을지라도 열심히 공부하거나 자신의 능력과 자질을 향상시켜 반드시 조직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중국뿐 만 아니라 글로벌 리더가 되어 장차 한국을 세계 위에 우뚝 세우는 일에 앞장서거나 친한 인사가 되어 한반도 민족 통일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것이 소수민족인 재중교포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자, 나와 같이 자비량으로 방학이 되면 한국에서나 미국, 캐나다, 유럽에서 이 곳 연변까지 와서 자신을 희생하며 재능을 봉사하는 이유라고 침이 마르고 달토록 얘기한다. 간혹 포부와 장래희망이 희미한 학생들에게 호되게 질책하며 무기력함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 곳 학생들은 대부분 순박하며 예절도 바르다. 더러는 피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가까이 하고, 관심과 사랑을 베풀면 곧 마음이 돌아서고 가까워짐을 느끼곤 한다. 이 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그리스도인, 작은 자의 벗'이 되는 사역 생각하니 기쁘다.

서희돈 장로(내당교회, 미래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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