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하는 사람, 맡기는 사람

보복하는 사람, 맡기는 사람

[ 문단열의 축복의 발견 ] 축복의발견

문단열
2013년 06월 28일(금) 15:02
그런즉 여호와께서 재판장이 되어 나와 왕 사이에 판결하사 나의 사정을 살펴 신원하시고 나를 왕의손에서 건지시기를 원하나이다(삼상 24:15)
May the LORD be our judge and decide between us. May he consider my cause and uphold it; may he vindicate me by delivering me from your hand.
 
다윗이 그 추종자들과 함꼐 엔디게 라는 사막에 숨어 있다는 소식을 사울왕이 들었습니다. 그는 정예 병사 3000명을 데리고 사막으로 달려가 다윗을 찾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동굴에서 사울이 혼자 뒷일을 보려고 들어갔는데 마침 그 동굴 깊은 곳에 다윗 일행이 숨어있었습니다. 다윗은 살며시 사울의 뒤로 다가가 용변을 보고 있는 그의 옷자락의 한 귀퉁이를 잘라냈습니다. 그리고는 사울이 동굴에서 멀리 걸어갈 때 동굴 어귀로 나와 사울을 불러 외쳤습니다. "내가 왕을 해하려 한다는 사람들의 모함을 왕은 믿지 마십시요,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은 왕을 옷자락입니다.나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지만 나의 복수는 하나님께서 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결코 해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사실 그 후에도 여러 번이나 사울의 목숨을 가질 기회가 있었지만 결코 그를 자기손으로 해치지 않고 하나님의 심판하심을 기다렸습니다. 복수를 하나님에게 맞긴 것입니다. 다윗의 언행은 '오른뺨을 맞거든 왼뺨도 돌려대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원수를 원수로 갚지 않는 행위, 그 보복을 하나님께 맡겨드리는 행위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는 우리에게 이유없이 악을 행하는 사람들에게 보복을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누구나 억울한 일을 겪으므로 그런 선택의 기로에 서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사람들은 주로 '욱하는 성격'을 보복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진짜 원인은 감정적인 측면에 있지 않다는 의외의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내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보복은 사실 '분노'보다는 '절망'에서 비롯됩니다. 그대로 내버려둬서는 아무런 희망을 기대하지 못할 경우 사람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고 느끼며 상대에게 보복해도 된다는 결론에 쉽게 이릅니다. 테러에 나서는 중동의 젊은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서구를 향한 악감정은 그 표면의 원인일 뿐이고 그 원인의 뿌리에는 '절망 밖에 없는 그들의 삶'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교육도, 직장도 희망도 없습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이들은 자신의 가족과 친지를 전쟁에서 잃은 분노를 보복을 통해 표출하고 망설임 없이 그 손에 피를 묻힙니다. 만약에 그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있다면 그들은 섣불리 폭력의 악순환으로 들어서지 않을 것입니다. 보복으로 잃을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원수를 해치지 않는 오늘 다윗의 행동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 그러니까 '하나님이 내 미래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믿음을 읽습니다. 그의 희망을 읽습니다. 그는 들판에서 개처럼 여겨지내는 신세였고 하루하루 목숨의 위협을 받는 고단한 삶 속에 있었지만 하나님이 절대로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에게 찬란한 희망을 품고 있었고 그런 '희망의 자산'을 사사로운 보복 따위로 잃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복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누가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품습니까. 잃을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희망을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문단열 / 성신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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