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은 위로의 힘이 있다

아름다운 말은 위로의 힘이 있다

[ 홀리스피치 ] 홀리스피치

신은경
2013년 06월 18일(화) 16:56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위로의 음식)라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달콤하고 향긋한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라고나 할까요. 사람마다 위안이 되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어려서 먹던 추억이 깃든 음식들이 있습니다. 엄마의 솜씨로 만든 멸치젓이 그중 하나입니다. 싱싱한 생멸치에 굵은 소금을 뿌려두어 잘 삭히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음식입니다. 잘 삭은 멸치젓의 통통한 살을 양쪽으로 떠서 가운데 가시를 발라내고 고춧가루, 마늘, 파, 식초 조금 넣고 살살 버무리면 그거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었습니다. 요즘같은 꽃게철이 되면 알이 단단히 밴 꽃게에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를 놓고 부추를 넉넉히 넣은 게찌개가 생각나고, 양미리 구이, 도루묵찌개가 생각납니다. 모두 엄마의 손맛이어서 음식과 함께 엄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말과 언어에도 '컴포트 워드'(comfort word, 위로의 말)가 있습니다. 그 몇몇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아니면 입술을 부딪치며 소리 내어 보기만 해도 행복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단어, 그런 말들입니다.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들어 있는 단어들, 행복했던 기억이 묻어 있는 말들, 그런 것이 바로 위안이 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80년대 말 미국 대학교수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말에는 숭배, 덕, 환희, 명예, 고독, 신성함, 희망, 순결, 신뢰, 조화, 행복, 자유, 청렴, 숭고, 동정심, 천국 등이 있었습니다. 이에 젊은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부자, 영광, 사랑, 월급날, 이런 단어들은 왜 빠졌느냐고 말입니다. 그런가 하면 2000년대 초반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말은 소유, 든든함, 사랑이었고, 영국인들은 어머니를 일등으로 꼽았습니다. 따뜻하고, 감싸 안아주고, 희생적이며 창조의 근원이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입 준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힘들었을 때 절친한 친구 몇이서 머리를 맞대고 흰 종이에 여러 가지 아름다운 단어를 써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쓰기만 해도, 입술로 소리내기만 해도 위로를 받는 단어들을 마구 써내려갔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단어, 쓰기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단어, 무엇이든 좋았습니다. 우리를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하는 단어들이면 충분했습니다.
 
지금 삶이 너무 팍팍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진다면 나의 컴포트 워드를 50개만 카드에 써봅시다. 그리고 이번 한 주일 동안 매일 한 번씩 꺼내어 소리 내어 읽어봅시다. 읽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 지는 것이 느껴질 것입니다. 얼었던 마음이 녹아내릴 것입니다.

신은경 / 장충단교회 권사ㆍ차의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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