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노회 미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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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이들의 벗 캠페인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3년 06월 13일(목) 13:38
장애로 인한 가난과 차별, 아픈 마음 토닥이며 함께 나눠요
 
   
【부산=박성흠 부장】 아 도대체 이 골목길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올라가려구 이러시는걸까. 부산노회 미문교회 담임 박서근 목사를 부산 구포역에서 만나 함께 그의 승합차를 타고 예배당으로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경승용차나 한 대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싶은 좁은 골목길을 9인승 승합차가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은 몸은 등을 곧추세우고 손잡이를 꽉 잡은 채 전방을 주시하다가 이제 골목이 끝나는구나, 여기 어디쯤 교회 간판이 보이려나 두리번 거리는데 운전대를 잡은 박 목사는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마치 담벼락같은 언덕을 승합차가 기어오르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골목길이 끝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덜컥 겁이 났다. 올라가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려갈 땐 어쩌지.
 
승합차가 내린 곳은 산허리에 앉은 가건물 예배당 앞마당이었다. 멀리 다대포를 향하는 낙동강 하류의 물줄기가 내려다 보이는 예배당은 고즈넉해 보이지 않았다. 담벼락같은 골목 언덕길을 차고 올라온 얼떨떨한 가슴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탓인지도 몰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 미문교회는 지난해까지 23년간 매년 한 차례씩 '재가 중증장애인 후원을 위한 선교자선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말이 23년이지 지체장애인인 박서근 목사가 목발짚은 발로 천지사방을 누벼 후원을 끌어와 마련하는 자선음악회를 한 해도 쉬지 않았다는 사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음악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사람이 대중가수로 유명한 윤형주 장로(온누리교회)다. 윤 장로는 박서근 목사와 함께 음악회를 준비하는 핵심 멤버다. 박 목사는 "윤형주 장로님이 한 번도 안빠지고 도와주셔서 언제나 음악회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윤 장로는 음악회에서 사회를 보지만 출연자 섭외는 물론 기업 후원처도 발굴하는 등 이 음악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공로자다.
 
사실 '재가중증장애인 후원을 위한'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붙은 자선음악회지만 꼭 필요한 진행경비를 제외하면 실제 수익금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 박 목사의 고백이다. 자선음악회인 만큼 티켓을 구매하는 청중들이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공짜티켓'을 당연시하는 문화 때문에 코딱지만큼 주는 출연료 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는 것. 그래도 박 목사는 이 음악회를 마치고 나면 비록 작은 금액이나마 부산 지역에 있는 재가 장애인들을 찾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을 멈출 수가 없다.
 
지난해 부산KBS홀에서 열린 제23회 자선음악회에서 박 목사는 "주위에는 물질의 풍요로움이 넘치는 곳도 있지만 장애인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장애인 앞에 가로놓인 장애물은 장애인이 넘기에 너무나도 벅차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외모에서 차별받고, 비장애인 위주로 설치된 시설에서 고통을 감내하고, 문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를 극복하기에는 가난의 벽이 너무도 높은 것이다.
 
미문교회는 이 음악회의 수익금으로 재가중증장애인들에게 휠체어 등 장애인 보장구를 기증하고 장애인 생활공동체를 방문하는 등의 활동을 펴는 한편 부산지역 장애인들이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록 비장애인들도 접근하기 어려울만큼 외진 곳이어도 '지상'에 자리잡은 예배당은 장애인 선교를 위한 비전센터로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목사의 부인 이옥순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산을 넘어 꼬박 두 시간을 걸어서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장애인들도 있다"는 말로 미문교회가 가진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설명했다.
 
   
1990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임대 예배당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박 목사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가 정상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목회의 개념이 아니라 선교현장으로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단 산하에 장애인목회자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 교회의 목회자와 현실 그리고 장애인 신학생의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박 목사는 지적한다.
 
작은 이들의 벗이 되겠다는 총회의 구호는 그래서 미문교회와 박 목사에게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장애인 교회의 현실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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